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이랑 Jun 23. 2022

이웃도 아껴주세요

착한 견주님과 나쁜 견주X

 전보다 풍요로워진 사회와 핵가족화로 인해 반려동물의 수는 더 많아졌습니다. 동물의 생존 전략 중에 개와 고양이의 선택은 옳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고양이가 산책하는 일은 거의 적으니 밖을 나서면 개를 만나는 일은 흔합니다. 귀여운 개를 보면 눈이 가고 인사를 건네 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개는 산책을 나와서 새로운 냄새를 맡는 한편 영역 표시를 하기 바쁩니다. 그래서 견주들의 손에는 배변 봉투나 가방을 따로 들고 있습니다. 간혹 치우지 않고 모르쇠로 자리를 떠난 견주X들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합니다.


 어떤 견주X는 누군가 앞에선 치우고 집에 가져가기 싫었는지 길거리에 배변 봉투를 버리거나 차 아래에 집어던져 놓기도 합니다. 개는 생리적 행동이니 당연하지만 배변은 견주의 책임인데 나몰라라 하는 태도는 선량한 견주들마저 욕을 먹게 합니다.


 아내와 함께 장을 보고 길가로 걷고 있었는데 짐을 들고 있어 앞만 보고 걷느라 아래쪽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제 옆을 거닐던 아내는 신발에서 느껴지는 뭉클거린 느낌에 껌이라도 밟은 줄 알고 길에 닦아낸다고 비볐습니다. 갑자기 확 올라오는 냄새에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냄새의 근원을 바라보았습니다.


 “아, 어떤 견주X가 길 한복판에서 치우지도 않고 그냥 갔어. 정말 미쳤나?”

 아내는 매우 화가 나서 분노를 표했습니다. 중형견 이상인지 양이 꽤 많았습니다. 심지어 아내의 신발은 흰색 운동화인데 비비는 바람에 바닥뿐만 아니라 옆면에도 묻었습니다.


 아내를 진정시키고 액땜했으니 로또를 사기로 했습니다. 아내는 로또 결과에 따라 견주님인지 견주X인지 부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에피소드로 웃고 넘겼습니다. 운동화를 운동화 세탁소에 맡겨야 하는데 그냥 맡길 순 없어서 치약과 칫솔로 세척을 했습니다. 꽤 오랜 시간을 세척했는데 냄새와 변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흰색 운동화가 황변도 살짝 되었습니다.


 오래 신은 운동화였다면 그냥 버리고 싶었습니다. 나름 잘 마무리하고 운동화 세탁을 맡겼습니다. 한 주 더 힐링을 하겠다며 한 주 보낸 후 로또 결과를 확인했는데 그는 견주X였습니다. 그가 치우지 않고 간 배변 때문에 이웃은 그날 기분이 좋지 않았고 운동화에 묻은 배변을 세척하다가 토할 뻔하고 운동화 세탁을 맡겨야 해서 비용을 쓴 것을 알까요? 그도 남이 놓고 간 그것을 밟고 역지사지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집사 일지(4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