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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Aug 13. 2022

집사 일지(45)

시엘이의 여름 나기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덥고 유난히 비가 많은 다사다난하게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시엘이는 초 여름에 태어나 두 번째 맞는 여름입니다. 시원한 바닥이 좋은지 찰싹 붙어서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활동량은 줄고 있지만 식탐은 그대로라 살이 점점 붙어 뚱냥이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어렸을 때는 소량씩 자주 먹고 배가 차면 바로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먹고 난지 1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달라고 보채기 시작합니다.

츄르를 내놓으라며 옆에 찰떡같이 붙어있습니다. 옆에 가만히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츄르를 주면 먹자마자 먹튀를 시전 합니다. 먹기 전에는 애교가 작렬하지만 배가 차고 나면 도도 냥이가 따로 없습니다.


 요즘은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들려도 먹을 것을 주는 줄 알고 다가옵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가 조금 건네주니 입맛에 맞는지 맛있게 먹습니다. 여름에 고양이도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행력이 금메달급인 아내는 바로 재료를 준비합니다. 종류별 펫 밀크, 츄르에 물을 조금 섞어서 틀에 넣고 얼립니다. 시엘이가 맛있게 먹을 거라고 기대하며

얼기만을 기다립니다.

 시엘이 전용 아이스크림을 준비해서 시엘이를 부릅니다. 츄르를 줄 때만 이름을 부르기 때문에 부리나케 달려옵니다. 그녀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집사 양반, 장난치지 말고 츄르를 내놓아라.’

아이스크림은 실패하고 츄르만 조공하였습니다. 처음이라 생소해서 그런가 싶어서 아이스크림 위에 츄르를 발라주었는데 츄르만 먹고 끝이었습니다.

 며칠 전, 폭우와 번개, 천둥이 동반했습니다. 처음 보는 광경과 소리에 많이 놀랐는지 시엘이가 의기소침해있었습니다. 구석에 들어가서 나오지도 않고 평소 안 하던 배변 실수도 했습니다. 불러도 오지 않고 그 좋아하는 츄르로 유혹해도 묵묵부답이었습니다. 병원을 데려가야 하는 건지 걱정했는데 다음날 새벽 츄르를 달라고 깨웁니다.


 두 번째 맞이하는 여름에도 시엘이는 여전히 귀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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