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은 거들뿐
처음 농구를 접한 건 장동건, 손지창 주연의 “마지막 승부”였습니다. 농구를 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지만 당시 초등학교에는 농구골대는 있었지만 링이 없었습니다. 골대가 낮은 편이라 중, 고등학교 형들이 덩크를 한다며 매달리다가 다친 이후로 링을 제거했습니다. 링이 없으니 골대를 맞추는 연습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중,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골대에 골을 넣고 친구들과 농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며 배운 거라 자세도 엉성하고 슛도 잘 들어가지 않았지만 공과 친구들만 있으면 즐거웠습니다. 농구를 좋아하던 터라 “슬램덩크”라는 만화책도 즐겨보았습니다.
“슬램덩크”의 명대사 중 “왼손은 거들뿐”이 있는데 저는 왼손잡이다 보니 오른손이 거들었습니다. 슛을 할 때 남자들은 원핸드 슛을 쏘기 때문에 오른손의 스냅으로 방향을 컨트롤하고 왼손은 지지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비롯된 대사입니다.
저는 왼손잡이였기 때문에 드리블을 하게 되면 친구들이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함께 공부를 하거나 밥을 먹을 때 오른손을 사용하다가 농구를 할 때는 왼손으로 드리블을 해오니 오른손이 익숙한 친구들을 상대하기에 유리했습니다. 이제는 혼자 하니 유리한 점도 사라졌지만 여전히 공만 있으면 할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농구공을 들고 나와서 드리블도 하고 슛 연습도 했습니다. 공원에는 농구 골대가 4개 있었는데 이른 시간이라 저를 포함해서 4명 있었습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 20대 중반의 남성, 60대 전후로 보이는 남성이었습니다.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말도 없이 묵묵히 자신의 골대에 골을 넣습니다.
10대도 골을 넣고 20대도, 30대도 60대도 골을 넣습니다. 농구공과 골대만 있으면 누구나 골을 넣을 수 있습니다. 공이 링에 들어가며 착 감기는 소리에 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농구공에 바람도 넣었으니 주말마다 종종 나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