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길목
점점 마흔의 입구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하여 불혹이라고 하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기분이 묘합니다.
19살에는 드디어 어른이 된다고 설레었습니다. 29살에는 서른 즈음이라는 노래도 있었고 약간 우울감도 있었지만 계란 한 판이라고 놀리는 지인들도 있어 장난도 치며 받아들였습니다. 39살은 주위에서 기억하거나 특별하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괜스레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몸도 나이를 체감하는지 한 여름인데 목감기에 세게 걸렸습니다. 요즘 코로나는 인후통을 동반한다고 해서 혹시 코로나는 아닌가 하여 걱정이 되었습니다. 간이키트로 검사를 하니 음성이었습니다.
기침이나 열, 콧물 등 다른 증상은 없었지만 목이 쉰 것처럼 쇳소리가 느껴지고 통증을 동반했습니다. 상담사의 특성상 말을 많이 하니 더욱 신경이 쓰여 병원에 들렀습니다.
병원에서도 코로나 증상이라며 신속항원 검사를 했지만 음성이었습니다. 목은 괜찮은데 코가 조금 부었다는 다소 이해가 안 되는 진료 결과가 나왔지만 소염제와 항생제 처방을 받아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내에게 우스개 소리로 신속항원 검사할 때 코 깊숙이 넣어서 후비더니 그것 때문에 부은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아파서인지 약기운인지 주말 내내 침대와 혼연일체가 되었습니다. 주말에는 재충전을 하는 것이 맞지만 의미 없이 흘려보낸 시간이 아까웠습니다. 20대만 해도 크게 아픈 적이 없었는데 30대가 되니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마흔을 앞두고 느껴지는 우울감은 이런 주말을 보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흘려보낸 시간을 돌아보며 후회가 됩니다. 어렸을 때부터의 꿈은 선생님이었습니다. 누군가를 가르쳐 주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는 것이 좋았습니다. 비록 선생님이란 직업을 하진 못했지만 현재의 일도 하다 보면 누군가에게 감사 표현을 받고 보람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업무에 치이다 보면 에너지를 탈탈 털린 느낌이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여가 시간에 핸드폰 게임이나 넷플릭스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습니다. 재미있게 보낸 시간들인 건 맞지만 의미 없이 보낸 것 같아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체력을 회복할 겸 농구를 하기 위해 나왔는데 갑자기 비가 오는 것이었습니다. 잠시 벤치에서 비를 피했습니다. 아내는 비가 더 거세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비가 오니 운치도 좋았고 가랑비라 곧 그칠 것 같았습니다.
목표로 했던 농구를 하진 못했지만 벤치에 아내와 오붓하게 앉아 비 내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습니다. 40대를 앞두고 돌아보며 후회하는 것보다 우연처럼 맞이한 비를 보는 것처럼 쉬어가는 인생의 길목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