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궁합, 친한 사이도 싸우게 합니다.
벌써 5년 전, 어느 보쌈집에서 매니저로 근무할 때 일입니다. 주방 직원이었던 Y군은 막내 동생처럼 애교도 많고 싹싹했습니다. Y군은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서 틈이 나면 근처 코인 노래방을 향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함께 다녔기에 더욱 친하게 되었습니다.
친해지면서 Y군이 제주에서 상경해서 형과 함께 지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둘 다 돈을 버는데 형에게 오히려 생활비나 용돈을 보태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도 아니고 자기 사용할 용돈도 생각하지 않고 빌려 주고, 받지도 못하는 일이 종종 있어 여러 번 형제간에도 돈 문제로 의가 상할 수 있으니 돈거래는 지양하도록 조언을 했습니다.
Y군의 고향이 제주라 내려갈 때 함께 내려가서 제주 여행을 하자는 말을 농담처럼 하곤 했는데 매장에도 어렵게 이야기를 해서 여름휴가를 맞추어 사용을 했습니다. 사실 매장에서 두 명이 휴가를 같이 사용하는 건 스케줄 조정 시 어려웠지만 주방 매니저에게 부탁해서 일정을 조율했습니다.
어렵게 일정을 맞추고 비행기표를 알아보는데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성수기에 해당해서 비행기표 값이 생각보다 비쌌습니다. 저는 처음 가는 터라 그런가 보다 하고 진행하려고 했는데 Y군이 너무 비싸다며 일정을 바꿔서 비수기에 가야겠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일정을 어렵게 맞춘 터라 일정을 연기하는 것은 여행을 포기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웹서핑을 통해 알아보니 Y군이 생각했던 가격은 청주에서 출발하면 가능했습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시간이 아닌 저녁 시간에 출발을 하기로 하고 대략적인 계획을 세웠습니다.
3박 4일로 일정을 정했는데 첫날은 Y군의 집에서 하루 묶고 둘째 날은 산방산 근처의 게스트하우스 셋째 날은 제주에 살고 있는 제 친구 집에서 하루 묶기로 했습니다. 그 외는 제주가 고향인 Y군의 가이드대로 하기로 했는데 저는 제주가 초행이라 한라산을 등반을 꼭 하고 싶다고 사전에 말을 했습니다.
그렇게 서울에서 김포로 가지 않고 청주로 내려가는 제주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훗날 지인들은 왜 비용 아끼기 위해 목포에서 배를 타고 가지 그랬냐며 놀리기도 했지만 나름의 최선책이었습니다.
첫날 제주에 도착해서부터 일정이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Y군의 집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주위를 둘러볼 요량이었는데 도착하자마자 Y군의 친구들을 만나서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사전에 이야기가 되지 않고 즉흥적으로 되었지만 그의 친구들이 서글 서글하여 불편하진 않았습니다. 게다가 친구들이 저녁만 먹고 가기 아쉬웠는지 자신의 집으로 옮겨서 한 잔 하고 자고 가도 된다고 하였는데 Y군은 제가 불편할 거라며 사양을 했습니다. 사실 낯선 장소는 똑같았기 때문에 차이는 없었습니다.
Y군은 친구들을 보내고 나서야 사실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고 미리 연락을 하지 않아 본가로 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술도 마셨고 짐도 있는데 이렇게 대책이 없이 말했다는 생각에 짜증이 났습니다. 차라리 친구가 권유했을 때 사양하지 않았다면 첫날부터 잘 곳을 찾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벌어진 거라 근처 찜질방을 찾았습니다.
Y군은 저의 눈치가 보였는지 찜질방에서 더욱 업된 것처럼 과장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관광지와 거리가 있어서인지 탕에는 사람이 없었고 Y군은 냉탕에서 수영을 즐겼습니다. 냉탕에서 수영할 때도 모르는 척하고 싶었는데 Y군은 다이빙까지 해서 엉덩이가 돌에 긁혀 피가 났습니다. 부랴부랴 카운터로 가서 비상약을 빌리고 그의 엉덩이에 빨간약과 연고를 발라주며 첫날부터 정말 망했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