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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Aug 18. 2021

비가 오는 출근길

운수 좋은 날

 어제 오후부터 비가 내렸다. 비가 오려고 가마솥을 삶는 것처럼 무더위가 극성을 부렸나 보다. 때때로 소나기가 온다는 예보를 듣고 우산을 챙겨 걸음을 재촉했다. 개찰구에 도착했을 때 지하철 하나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있었다. 뛰어가면 탈까 말까 였지만 여유 있게 나온 터라 다음 걸 기약하였다.

 

 앞서 뛰어간 남자는 아쉽게 못 탔는지 발걸음을 터덜터덜 내딛고 있었다. 안 뛰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다음 지하철을 기다렸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7시 27분쯤 종로 3가에 도착했다. 7시 35분경 지하철이 올 것이다. 기다리는데 인천행이 온다는 알림이 없었다.


 무슨 일이지 다른 곳에 정신을 팔아서 놓친 건 아닌가 걱정하던 중 직장동료에게 메시지가 왔다. 나보다 먼저 타는  동료인데 20분부터 지하철이 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인천행은 실외를 달리는 노선이다 보니 비나 눈이 오면 연착이 되곤 했다. 하필 오늘이었다. 이사를 앞두고 있어 오늘, 내일만 타면 되는데 운수가 대통하려나 보다.


 동료는 인천행이 늦는다는 사실을 알고 용산으로 가서 급 인천행을 타고 출발했다고 했다. 나는 메시지를 늦게 본 탓에 용산으로 가서 급 인천행을 타는 것도 시간이 촉박했다. 5분 정도 후 인천행이 들어왔다. 평소보다 20분 정도 늦게 들어온 것이었다. 20분 정도 여유 있게 도착해서 출근 전 물도 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왔는데 내리자마자 촉박하게 움직여야 할 생각이 짜증이 났다.


 인천행이 두 대 정도 누락된 후인지라 지하철에는 사람이 많았다. 평소라면 두, 세 정류장 정도 가면 앉아서 갈 수 있었지만 오늘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자리가 가끔씩 났으니 위치를 잘못 선정한 탓인지 계속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자리가 날 듯 내 앞에 앉아있는 사람이 내릴 준비를 했다. 그것을 보고 멀찍이 떨어져 있던 할머니가 자리를 옮기셨다. 할머니께 자리를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라면 자리 앉는 것에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장거리 출근길은 예민하게 만들었다.


 인천행을 타고 1시간 정도 가기 때문에 알람을 맞추고 부족한 잠을 청했었다. 8시 10분경 알람이 울렸고 용산을 지나고 있었다. 대장과 소장들도 알람에 반응에 잠이라도 깼는지 화장실을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대략 난감한 상황일 뿐이다. 아직 출근길이고 예상과 다른 일들이 일어나니 짜증이 나지만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삶의 일부 아닌가? 마음을 진정시킬 겸 자리에 앉자마자 글을 옮겼다.


 아직도 지하철 창 밖에는 비가 내리고 달리는 지하철 안이지만 일과는 시작되었다. 이제 두 정류장만 가면 내릴 수 있다. 나의 두 엄지 손가락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여유가 있는 하루의 시작은 아니었지만 평소와 다른 일상이 나의 기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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