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이랑 Aug 19. 2021

굿바이 불광

짧았지만 많은 것들이 처음이었던 그곳

 어렸을 때 개그맨 고 양종철의 “불광동 휘발유”라는 닉네임으로 친숙했던 동네였지만 이곳에 살게 될 줄은 몰랐다. 아무 연고도 없는 곳이라 낯선 동네인데 우여곡절 끝에 잠시 머무르게 되었다.


 원할머니에 다닐 때 김포점에 발령이 나서  월세지만 우리의 신혼집을 꾸렸었다. 1년도  안되었는데 은평점의 점장으로 발령이 났다. 승진이라는 좋은 소식이었기에 먼 거 리에도 불구하고 출퇴근을 했었다. 아내는 출근하느라 시간이나 비용을 쓰는  생각하면 양쪽으로 복비를 내는 게 낫다고 했다. 아내의 배려로 직장에서 5 거리에 집을 구했고 신규 오피스텔이라 살기 좋았다. 산책하기에도 좋았고 출퇴근이 짧아서 매장에 급한 일이 생겨도 바로   있었다.


 어느  직원 중에  명이 전세대출 이야기를 했었고 월세와 관리비 지출이 적지 않았던 나는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다. 서울의  값은 누구나 알다시피 높았기에 전세는 생각조차 못했었다. 청년 대출을 받으면 은행에서 낮은 이율로 전세 대출을   있다는  알게 되었고 우리는 전세로 집을 알아보았다.


   모은 돈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형편에 맞게 전세를 알아봤고 우리가 생각했던 금액대는 반지하만 가능했다. 지상으로 올라가는 순간 최소 1 이상이었다. 전세로 살며 돈을 모으기로 결의하고 반지하로 구하기로 했다. 매물을 10 이상 둘러보았는데 가장  관심사는 바퀴벌레의 유무였다. 사전답사를 마친 나는 아내와  곳을 함께 둘러보고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선택했다.


 아내는 좋은 집에서 시작하지 못해 미안해하는 나에게

 번쯤 반지하에서 살아보고 싶었어.”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언덕을 올르면 중턱에 우리 집이 있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북한산의 정상이 보였다. 옛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는데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지역이라 그런지 시간이 멈춰있는 듯했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오래된 추억을 자극하는 물건들이 버려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자개장이나 옛날 전자제품 등이 있었는데 금성 티브이를 보고 놀랐었는데 백조 세탁기도 있어서 감탄을 했었다. 이제는 영업하지 않는 슈퍼의 흔적과 옛 모습을 간직한 이발소가 세월의 흐름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쓰레기나 음식물 쓰레기를 집 앞에 두기 때문에 화, 목, 일은 냄새가 거리를 채웠다. 길거리 고양이가 많은 것은 음식물 쓰레기봉투채로 버리는 곳이 많은 탓이었다. 고양이 한 마리가 재주 좋게 음식물쓰레기봉투를 갈라놓으면 새들도 모여서 먹고 남은 것은 벌레들의 몫이었다.


 살면서 1년 동안은 보이지 않았던 바퀴벌레(우린 바 선생이라 불렀다. )가 출몰하기 시작했다. 이사 전부터 청소를 하러 올 때 약을 많이 뿌렸던 탓에 보이지 않은 듯했다. 미국에서 유학 온 바 선생인지 크기가 남달랐다. 살면서 이렇게 큰 바 선생은 처음 보았다. 둘째 손가락만 한 크기였다. 아내는 바 선생의 존재를 알고부터는 저녁에는 혼자 외출하지 않았다. 다행히 퇴근 시간이 비슷해서 같이 들어왔는데 항상 나를 앞세웠다. 문 앞에는 삽을 하나 두었고 나는 보이는 대로 잡았다.


전세로 살면서 고정지출이 적었기 때문에 재계약을 생각했었는데 아내의 격한 반대를 바 선생이 이끌어내었다.  그리고 오래된 집이고 재개발을 앞두고 있어 보수공사를 하지 않았던 터라 비가 오면 창에서 물이 흘러내렸다. 집주인에게 이야기를 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어 직접 창문 위 계단 틈에 실리콘으로 작업을 하고 창문 외관에 비닐을 씌워 물이 새지 않도록 했으나 창문의 구실을 못하게 되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벽지에 물이 스며 올라가는 것이 보이더니 곰팡이가 피는 것을 보았다. 둘은 집주인에게 말하는 것을 포기하고 직접 벽지를 벗겨내고 방수페인트를 발랐다. 도배는 엄두가 안 나서 붙이는 벽지를 사서 붙였다. 후에 알고 보니 벽지에 물이 스며들었던 이유는 수도관이 노후되어 압력을 못 견디고 새고 있던 것이었다.


 수도관이 터져서 현관과 방이 물바다가 되었다. 부랴부랴  수도관을 잠그고 물을 퍼냈다. 결국 인부를 불러서 공사를 했다. 대공사를 해야 하는데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라 임시방편으로 수압만 줄이고 새고 있는 부분만 감싸 놓아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했다.


 이미 아내는 바 선생 때문에 이사를 하고 싶어 했기 때문에  LH 공고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전세임대 주택 중에 경쟁률이 가장 낮은 곳으로 지원해서 다행히 되었다. 3월에 지원했을 때는 떨어졌던 탓에 걱정을 했었는데 매우 좋았다.

이번에도 연고가 없는 지역으로 가게 되었지만 5층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주위 환경이 좋아 보였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월세에서 반지하 전세로 반지하에서 5층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아내와 이번에 이사를 하면 부지런히 돈을 모으고 청약을 넣어 우리 집을 장만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제 내일이면 이사를 가게 된다. 굿바이 불광!

작가의 이전글 비가 오는 출근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