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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Feb 12. 2023

인연이란

회사 동기가 아내의 회사에 입사할 확률은?

 코로나로 이직을 하게 되고, 상담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해보는 업무이지만, 상담사였던 아내를 통해 간접 경험을 했던 터라 낯설진 않았습니다. 입사 이후 전산 프로그램과 상담 매뉴얼을 교육받았습니다.


 21년 6월, 10명 남짓의 동기들과 함께 2주간의 교육을 받고, 상담 업무로 배정될 예정이었습니다. 낯선 사람들과 낯선 장소는 설레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했습니다. 처음의 거리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줄어들었습니다.


 거리를 좁히게 된 계기는 상담사 중 한 명이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해서였습니다. 술을 마신 것도 아니고, 오랫동안 함께 안 사이도 아니었는데, 그녀는 솔직한 성격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확한 나이는 기억이 나진 않지만 20대 초중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온라인 채팅으로 연상의 배우자를 만나서 아이를 낳아서 키우고 있다는 그녀는 어리숙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녀에게 조언을 하다가 각자의 인생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인생 경험에 대한 조언을 하다가 속내 깊은 이야기들을 하고, 짧은 기간 동안 빠르게 친밀해졌습니다.


 강사들도 여러 기수를 보았지만 단기간에 이렇게 화합이 잘되는 동기들은 처음 보았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점심을 먹을 때도 함께 먹으러 다녔고 서로 음료수나 간식을 챙겼습니다.


 동기 중에는 민원 전담팀에 배정된 Y양이 있었는데, 그녀는 예전에 다른 회사에서도 민원 전담을 한 경력이 있어 지원했고, 일반 상담보다 급여나 복지가 더 좋다고 했습니다. Y양은 교육에도 성실히 임하는 저를 좋게 봐서 민원 전담팀에도 추천을 해주었습니다.


 저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응하였고, 신입을 한 번에 두 명을 받긴 어려워 일반 상담을 하다가 Y양이 자리를 잡으면 같은 팀에 배정받기로 되었습니다.

 

 짧았던 교육 기간이 끝나고 마지막을 아쉬워하며, 동기들과 술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동기들의 이야기를 가끔 전해 들었던 아내도 자리에 불렀습니다. 친화력이 좋은 아내는 술자리라 더욱 빠르게 친해졌습니다.


 오래갈 줄 알았던 동기들과의 술자리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실무에 투입되고 하나 둘, 빠르게 이직을 했습니다. 교육과 실전은 달랐고, 급여 수준과 근무 분위기도 달랐습니다.


 Y양도 빠르게 이직을 하였고, 끈이 떨어진 저도 일반 상담사로 남게 되었습니다. Y양은 N사로 이직했다며 저에게도 N사로 이직하라고 제안했습니다. 당시에는 갓 이직했고, 신입이 제가 돈을 벌려면 경력을 쌓고 승진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사양했습니다. 그리고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졌습니다.

 

 며칠 전, 아내의 회사에 신입을 채용하게 되었습니다. 월요일부터 근무 예정인데, 낯이 익은 사람이 한 명 있다고 했습니다. 이름을 듣고 보니 Y양과 이름이 같았습니다. 나이도 같고, 자녀 사항이 같아서 프로필로 얼굴을 보니 Y양이었습니다.


 아내는 이력서에 동기들이 다녔던 회사나 N사가 있으면 알았을 텐데 그냥 낯이 익다고만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직접 본 것은 술자리에서 한 번 뿐이니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N사 이후 연락이 끊겼지만 N사도 오래 다니진 않은 모양입니다. 그래서 경력에는 함께 다닌 회사나 N사가 없겠지요.


 참 세상은 넓고도 좁습니다. 동종 업계이지만, 제 동기가 아내의 직장으로 입사하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라서 신기했습니다. 아내는 굳이 먼저 아는체 하지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한 때는 가까웠던 사람의 이야기를 아내에게 전해들으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지나간 인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시 옷깃이 스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연을 더 소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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