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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Feb 18. 2023

여보, 각방을 쓰는 건 말도 안돼요

아내의 자가격리

 금요일 저녁, 아내는 모처럼 전 직장의 언니를 만난다고 했습니다. 저에게도 같이 가자고 했으나 오후 근무였기 때문에 끝나고 신도림에서 만나서 집에 가기로 했습니다. 퇴근하고 아내에게 연락했는데 데리러 오라고 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과 반대 방향이었기 때문에 아내에게 투정을 부렸습니다.


 제 투정은 아랑곳없이 아내의 한층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기분 좋게 마셨는지 짧은 시간인데도 알코올로 인해 많이 업된 것 같았습니다. 오랜만에 J 양의 얼굴도 보고 담소도 나누었습니다.


 다음날, 아내는 섞어마신 술 때문인지 힘들어했습니다. 이제 나이가 들어 술이 받지 않나 보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아내는 하루를 거의 침대와 한 몸으로 있었습니다. 저도 한 주가 피곤했기 때문에 일하느라 떨어져 있던 아내에게 꼭 붙어 있었습니다. 아내의 껌딱지 놀이를 한 것이죠.

 일요일, 당직 근무라 일을 하고 있는데,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아내가 열이 너무 심해서 간이검사를 했는데 양성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아, 어제 술병이 아니었구나. 코로나 증상 때문에 맥을 못 춘 것이었네. 이렇게 무심할 수가.’

 

 “몸은 괜찮아?”

 “아니, 아파. 힘도 없고 몸에서 열이나. 콧물도 계속 흐르고 목도 부은 것 같고 침을 못 삼키겠어.”

 “오늘 일요일이라 진료 보는 곳도 근처에 없을 텐데.”

 “올 때 해열제랑 타이레놀 좀 사다 줘. “

 “죽이라도 배달시킬까? 뭐라도 먹어야 기운을 내지. “

 “아니, 입 맛이 없어.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할게. 그리고 자기 짐 빼놓을 테니까 각방 쓰자. “

  토요일 하루종일 붙어있던 것은 ‘신의 한 수’였습니다. 앞으로 일주일이나 각방이라니 ‘세상에’. 집에 돌아와서 저도 간이 검사를 했는데 역시나 음성이었습니다. 그렇게 각방살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내에게 갈 때는 마스크를 쓰고 들어갔고 아내는 침대와 한 몸이었습니다. 병원 검사 결과도 양성이었었습니다.  그동안 잘 피해 갔는데 결국 걸리고 말았습니다.


 “나도 양성이었으면 자기랑 일주일 동안 꼭 붙어있을 수 있었는데 아쉽다. “

 “아픈데, 웃기지 마. 웃으면 배 쪽에 있는 근육들도 아파. 기침을 심하게 해서 그런가 봐. 그리고 옮으려고 그러는 거야? 왜 자꾸 들어와. 나가 있어. 격리 중인데. “



 아내에게 목소리 듣고 싶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자기, 지금 뭐 하는 거야? 마스크 쓰고 잠깐 오면 되잖아. 한 집에서 웬 전화야. 시트콤 찍어? “

 “아니, 금방 갈게.”

 “자기야, 아내가 아픈데 괜찮은지 가끔씩 확인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 자기가 격리 중이라고 들어오지 말라고 했잖아.”

 “그래도 마스크 쓰고 들어와서 잠깐씩은 봐줘야지. 아픈데. 혼자 두면 서럽잖아. 나랑 떨어져 있는 건 싫다더니 거짓말이었나 봐. “

 

 격리 중이라 옮을까 봐 들어오지 말라고 할 때는 언제이고, 안 들어온다고 한 소리 합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시간이 약인 병이니 조심하는 수밖에요. 아내는 아직 격리 중입니다. 초기에 2주나 격리된 사람들은 어떻게 이 긴 시간을 견디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시간은 흐릅니다. 이제 이틀 남았습니다. 아내도 초기보다 기력도 많이 회복했습니다.

 

p.s. 코로나로 아픈 아내의 곁을 지킨 효녀 시엘

열 남편보다 한 시엘이 낫다는.. 여보 내가 잘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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