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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Mar 04. 2023

고양이 vs 개

집사일지 (53)

 시엘이의 집사가 되어 한 눈 팔지 않고 지내고 있었습니다. 고양이와 개 사이의 고민은 처음 반려 동물을 선택할 때 이후로 오랜만입니다. 물론 당장 개를 입양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개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아내와 이야기를 했을 뿐입니다.

 발단은 미용실에서 만난 “까미”였습니다. 까미를 처음 보았을 때는 두 달 전, 카운터 앞의 가벽으로 만든 집에 있었습니다. 젖을 떼자마자 입양했는지 너무도 여리 여리했었습니다. “만지지 말고 눈으로만 봐주세요.”라는 표지가 있어 존재만 인식했었습니다.


 다시 머리를 하러 오니 손님을 맞이하는 녀석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많은 손님들이 오고 가니 낯선 사람을 봐도 경계를 하지 않습니다. 훌쩍 자란 모습에 놀랐는데 먼저 다가와서 반갑다고 꼬리 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습니다.


 시엘이는 필요할 때만 오는 독립적인 아이다 보니, 개의 이런 매력에 함께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까미는 우리에게 꼭 붙어서 몇 년은 알고 지낸 것처럼 따르니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즉흥적으로 아내에게 개를 키우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고양이 말고 개를 키우자.”

 “무슨 소리야? 시엘이가 두 눈 새파랗게 뜨고 있는데. “

 “당장 말고 나중에. 지금은 시엘이에게 집중해야지. “

 “개를 키우려면 산책도 자주 가야 하고 배변도 치워야 하고 미끄럼 방지도 해야 해. 신경 쓸게 훨씬 많은데.”

 “그런 것들은 부수적인 거지. 살면서 하나씩 맞추면 되지. 시엘이도 함께하면서 배웠잖아. “

 아내의 빈자리를 까미가 차지하고 잠을 청했습니다. 작고 여린 녀석은 그녀의 온기를 느끼며 좋은 꿈을 꾸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내가 돌아오고 나서도 깨지 않아서 잠시 지켜보았습니다. 아내가 외투를 기증하고 새로 사달라는 이야기를 농담처럼 했습니다.  


 결제하면서 원장님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원장님은 웃으며 곤히 자던 까미를 깨워서 품에 안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말했습니다.

 “시엘이는 뭐 하고 있으려나?”


 외도를 눈치채기라도 한 듯 시엘이는 문 앞에서 평소보다 더 반겼습니다. 함께 하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이 작은 존재가 우리에게 이렇게 큰 행복으로 다가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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