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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Aug 28. 2021

다시 읽으면 또 다른 느낌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고

 아침에 다큐에 한 눈먼 여선생님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출근 준비를 하며 켜놓았던 터라 정확한 전후 사정은 모르지만 안내견의 도움을 받아 첫 출근하는 모습이 방영되고 있었다. 자녀를 보내고 몰래 쫓아가는 어머니의 모습이 애잔했다.


 예전에 “눈먼 자들의 도시”를 보며 시각을 잃게 되었을 때 생생한 묘사와 사람들의 내적에 잠재워진 폭력성을 보며 시각을 잃는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었었다. 시각을 잃는다면 세상을 잃은 것 같은 절망감에 빠질 것이다.


 어렸을 때 아이들과 눈을 가리고 술래잡기라도 할 때면 소리나 발에 치이는 것 등에 놀라고 암흑이 모든 것을 삼키기라도 한 것 같았다. 나에게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중에 가장 우선순위를 둔다면 시각을 제일로 할 것이다.


 당시에 “눈먼 자들의 도시”를 보았을 때는 코로나를 겪기 전이라 심각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 같다. 직간접으로 체험할 수 있던 전염병은 아폴로 눈병이나 볼거리 정도였다. 지금은 코로나가 창궐한 후 마스크가 일상화가 되었다. 만약 호흡기 질환이 아니라 전염병으로 시력을 잃는다면 발발한 지역 자체가 통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흡사 조선 시대의 역병처럼 통제되지 않는 질병은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준다. 역병이 창궐하면 마을이 통제되고 그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고 알려져 있다. 폐쇄된 사람들 중에서 면역력을 갖춘 사람들만 살아남는 잔인한 행태가 재현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폐쇄된 지역에서는 생존을 위해 여러 만행들이 벌어졌을 것이다.


“어쩌면 눈먼 사람들의 세상에서만 모든 것이 진실한 모습을 드러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눈먼 자 들의 도시 중-

 

한 명의 눈먼 사람으로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눈먼 사람들이 늘어난다. 한 명의 눈먼 사람을 진찰했던 안과 의사와 그의 부인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의사는 자신의 눈도 멀게 되며 제일 먼저 실명이 전염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공무원을 통해 보건 당국에 보고하려 하지만 무시당한다. 병원 원장에게 연락하고 처음에는 이를 믿지 못한다.


 후에 증상에 각지에서 벌어지며 백색 질병이라고 명명하며 증상자와 보균자를 격리한다. 처음에 자원이 여유 있을 때에는 분위기도 괜찮았다. 하지만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되며 자원은 한정적이었고 자원을 차지하려는 사람들이 발생했다. 외부에서는 자멸을 바라며 누구도 개입하지 않는다.

 

 의사의 부인은 면역을 갖추고 있었는지 눈이 보임에도 남편과 함께 하기 위해 격리되고 눈이 보이는 것을 숨기고 다른 사람을 돕는다. 눈이 보이기에 눈먼 자들의 공간은 위생적이지 않고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그녀는 사람답게 살지는 못해도 짐승처럼 살지 말자며 같은 호실을 일깨운다.


 폭력 집단이 생기고 그들은 보급되는 식량을 빌미로 다른 사람들의 재산, 심지어 여성들을 바치도록 했다. 사람은 환경에 영향을 받는 동물이라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눈먼 자들 속에 보이는 자로서 본인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공익을 위해 움직이 는 모습은 모두 보이지 않는 틈을 타서 사익을 챙기는 무리들과 비교되었다.


 코로나 창궐 당시에도 마스크를 사재기해서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의 소식은 주위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었다. 마스크로 돈을 벌 생각은 없었지만 황사로 인해 마스크를 여유 있게 사 두었던 것에 안도를 했었던 생각이 났다. 나도 눈먼 자의 도시에 가면 어쩔 수 없이 순응하는 소시민 중 하나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서 다시 보는 책은  새로웠다. 같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새로운 시선으로 생각을   있는 점에서 좋은 책들은 소장하게 된다.   자들의 도시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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