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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Aug 29. 2021

불쾌한 방문객

진격의 바 선생

 “사사삭”

 천장을 무언가 스쳐 지나는 소리가 들린다. 밤이 되면 그들의 활동이 시작된다. 화장실을 가다가 천장에서 그것과 눈이 마주치고 얼음이 되었다. 살며시 고개를 돌려 파리채를 찾는다. 파리채를 집어 들고 그것을 향해 스윙을 했다. 그 것은 맞았음에도 멈추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 것의 방향을 놓치지 않고 거실에서 살충제를 찾았다. 그 사이 그것은 냉장고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약을 살포하자마자 냄새를 못 이긴 그 녀석이 튀어나왔고 그것을 해치웠다.


 아내는 그것을 보면 겁에 질려했기 때문에 아내가 보지 못하게 보이는 족족 잡아냈다. 특히 퇴근 후 함께 올 때면 항상 내가 먼저 입구를 체크한 다음 앞장서서 문 앞까지 함께 한 후 아내를 들여보냈다. 그 과정에 문 앞의 부삽으로 때려잡은 그것의 숫자만 해도 두 자릿수였다. 이사를 결정하게 되고 바 선생과 이별을 하게 되었다고 아내는 매우 좋아했다.


 이삿날 짐이 빠져나오고 겨울옷을 빼는데 그 사이에서 그것이 튀어나왔고 이미 큰 가구들이 빠져나간 상태라 갈 곳 없던 그것은 쉽게 제거되었다. 이삿짐센터 직원 분은 별 일 아니라는 듯 살려주려고 했었지만 아내가 식겁해하는 모습을 보며 바로 잡은 듯했다. 이사를 나오며 아내는 “굿바이 바 선생”을 외치는 듯 홀가분해했다.


 이사를 오고 다시 한번 겨울 옷을 정리하는데 그것이 튀어나왔다. 이삿짐센터 직원은 아내의 식겁해하는 모습을 본터라 바로 해치웠다. 새 집까지 따라온 그것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옷을 하나하나 상자에 담아서 왔기 때문에 설마 있겠어하고 약을 뿌리진 않았다. 안일했던 그 생각이 사건의 발단이 되었다.


 평화로운 일요일 아침, 산책을 마치고 청소기를 밀었다. 아내는 미처 못다 한 옷 정리를 하려고 옷을 빼던 중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놀라서 보니 그것이 내 쪽으로 향했다. 순간 당황해서 청소기로 빨아들이려고 했지만 그것은 재빠르게 도망을 갔다. 그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바라보며 아내에게 휴지를 가져오라고 했다. 그것도 더듬이를 사방으로 굴리며 도망갈 곳을 찾았다. 휴지를 받자마자 그것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잡았는지 보기 위해 휴지를 확인했으나 놓친 후였다. 아내와 나는 패닉이었다. 시엘(반려묘)이는 우리의 호들갑스러운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어느새 다가와서 장난을 쳤다. 아내에게 시엘이를 데려가라고 이야기했지만 거실에서 들어올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그것을 찾느라 구석을 훑으며 근처에 있던 바구니가 떨어졌고 시엘이는 깜짝 놀라 방 밖으로 튀어나갔다.


 아내는 바로 살충제와 파리채를 찾아왔다. 그리고 시엘이를 방에 못 오도록 집에 넣어두었다. 살충제를 옷장 구석으로 뿌리자마자 그것은 튀어나왔다. 놓칠세라 파리채로 내리치고 휴지로 마무리했다. 아내는 바로 집 밖으로 버려 달라고 했다. 그것은 검은색 점퍼의 모자에서 나왔다고 했다. 검은색 점퍼를 세탁소에 맡길까 버릴까 고민하더니 결국 버리겠다고 했다. 겨울옷을 모두 검수하고 세탁소에 맡기기 위해 모아놓고 살충제를 살포했다. 이삿날부터

살포했었다면 오늘 같은 일이 벌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아내와 진정하고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했다. 아내가  갑작스러운 그것의 출현에 놀란 이야기를 하고 불광에서 보았던 그것은 덩치가 크고 느렸었는데 엄청 빨랐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도 불광의 그것은 미국 바 선생이라 크기 컸는데 오늘 본 그것은 마치 갑각류를 보는 듯 껍질이 두터웠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내는 우리와 함께 살았던 것이 아니라 이삿짐센터의 차에서 옮겨서 탄 것일 거라며 긍정의 회로를 돌렸다.


 살충제를 뿌려놓고 외출을 한 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보았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말 작별이었으면 좋겠다. 살면서 다시는 반지하에 살지 않을 것이라고 굳은 결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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