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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Aug 31. 2021

따뜻한 말 한마디

치과는 낯설다

 평소와 달리 베이글이 먹고 싶었다. 토스트처럼 햄과 치즈가 올라간 형태의 베이글이었다. 베이글을 한 입 베는 모습을 본 아내는 데워 먹어야 더 부드럽다고 했다. 이미 먹던 중이라 먹을 만하다고 먹던 중 갑자기 우득하는 충격과 이가 시렸다. 계란 껍데기가 있었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먹었는데 이가 시린 느낌이 지속되었다. 가만히 있을 때는 괜찮았는데 음식을 먹으면 시려서 신경이 쓰였다. 아내는 이가 부러졌나 보다고 했다. 평소 치아에는 자부심이 있던 터라 베이글 먹다가 부러질 리가 있냐고 대답했다. 아내는 치아 건강이 약해지면 두부 먹다가도 부러진다며 병원을 가보라고 했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어 어느 치과를 가야 할지 몰라 고민하다가 인터넷으로 진료 시간을 보고 G치과로 예약을 했다. 퇴근하자마자 치과로 향했다. 출구를 착각하여 반대로 갔다가 돌아오게 되었다. 치과의 외관을 보았는데 너무 허름했다. 다른 곳을 알아볼까 했으나 이미 예약했던 터라 들어서기로 했다. 19시 예약을 해서 대기석에서 기다려야 했다. 내부는 나쁘지 않아서 안심하고 있었다. 의사로 보이는 남자가 데스크에서 통화를 하고 있었다. 의사라기보다는 엔지니어 느낌이 난다고 해야 할까 묘했다. 설마 저 사람한테 진료받는 건 아니겠지 하고 생각을 했다. 대기하는 사람은 없었는데 얼마나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 없이 마냥 기다렸다.


 먼저 엑스레이를 찍고 자리에 앉았다. 데스크에서 본 남자가 나의 치아 상태를 살피더니 한숨을 쉬었다. 뜬금없이 “맞히다”라는 뜻을 아냐고 물었다. 진료를 하러 갔다가 갑작스러운 질문에 “맞추다”를 말하는 건지 되물었다. “맞히다”의 용어에 대해서 나에게 설명을 한 후 치열이 서로 맞지 않아 압력이 한쪽으로 몰려서 부러진 현상이라고 했다. 평소에 껌을 오래 씹지 않냐고 물었고 자주 이가 시렸을 것이라고 하며 충치 치료도 많이 받았을 텐데 관리를 왜 이렇게 했냐며 나에게 쏘아붙였다. 낯선 곳의 처음 보는 사람이 당황스럽게 말을 해서 침묵을 지켰다.


나는 평소 껌을 씹지 않고 이가 시린 적이 없었다. 충치 치료를 하지 않고 이가 깨끗한 것은 나의 자부심 중 하나였다. 하나도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니 신뢰가 낮아졌다. 그러더니 치열이 맞지 않아 전체적으로 그라인더로 갈아야 한다고 했다. 다른 치과에서는 하지 않는 시술이고 자신만 해주는 시술이라고 했다. 나는 이가 하나 갑자기 시려서 확인하러 왔을 뿐이었는데 집에 가고 싶었다. 치열을 체크한다며 “앞니끼리 맞춰봐라 혀는 집어넣어라 왼쪽 어금니를 갈아봐라 거긴 오른쪽이다. 왼쪽을 갈아라” 혼나면서 청력테스트를 하는 느낌이었다.


 치아가 부러진 것이 맞았고 그 부분을 그라인더로 갈았다.  사랑니에 충치가 생겼다며 보여주었다. 진료가 끝나고 의사가 몇 마디 더 건넸지만 난 흘려들었다. 이곳을 탈출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데스크에서 계산하며 간호사가 다음 주 예약을 이야기했다. 순간 다음에 또 와야 되냐며 반문했다. 사랑니에 충치가 생겨 치료를 하거나 발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알겠다며 예약을 하고 나왔지만 다신 가지 않겠다고 생각을 했다.

 

 아내를 만나자마자 치과에서 있었던 당황스러웠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아내도 뭐 그런 곳이 다 있냐며 내 편을 들어주었다. 집에 가는 길에 다른 치과들도 야간 진료를 하는 것을 확인했다. 아내가 여기 야간 진료하는 치과들이 있는데 왜 먼 곳까지 가서 진료를 받았냐고 물었다. 나도 처음이고 인터넷에 야간 진료를 하는 걸 확인하고 예약했을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집에 가는 길에 보이는 치과 중 한 곳에 진료 예약을 했다. 전화를 받은 간호사는 매우 친절했고 전화가 끝나자 약도가 문자로 발송되었다. 방문하자마자 코디가 안내를 해주었다. 첫 방문이었지만 친절하게 맞이해서 낯설지 않았다.

엑스레이를 찍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도 오자 마자 인사를 하고 기구가 들어오기 전에 차가울 수 있다는 말로 배려해주었다. 검진이 끝나고 치아 상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치아 상태는 내 생각보다 심각했다. 처음으로 충치 치료를 받게 되었다. 아래쪽 어금니 두 개에 충치가 생겼고 사랑니는 모두 충치가 발생한 상태였다. 오늘은 처음 온터라 검진만 진행했고 치료 일정을 다음 주 월요일로 약속했다.

사랑니 치료는 치과만 옮겼을 뿐이지 결국 월요일에 하게 되었다. 사랑니는 발치하기로 해서 걱정이 되었다.


 이사 온 후 처음 가는 치과라 검진만 두 번 받게 되었다. 결국 치료는 받아야 하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해주는 치과로 예약하게 되었다. 환자로 방문했다고 해서 무시하고 가르치려는 말투는 매우 불편하게 한다. 상대를 존중해야 비로소 자신도 존중받는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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