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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Sep 01. 2021

퇴사를 이야기하다

벌써 1년

 드디어 근무한 지 1년이 되었다.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군대에서 “벌써 1년”이란 노래를 애창했던 심정으로 버텼다. “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괜찮아져. 그 생각만으로 벌써 1년이~”


 처음에 입사 지원할 때는 친숙한 곳이라 지원을 했었다. 내가 사용하는 제품이 있으니 상담할 때도 장점이 되겠다고 생각을 했다. 인큐라고 하는 입사 초의 팀에 있을 때는 1등도 하고 재미있었지만 고객들에게 부정적인 소리를 듣는 것은 곤욕이었다. 비대면이라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을 하는 사람도 간혹 있었다. 그래도 승진할 생각으로 열심히 다닌 시기도 있었는데 센터가 없어지면서 물거품이 되었다.


 목표도 사라지고 거리가 1시 반씩 걸리게 되어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었다. 전세가 끝나서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벌써 그만두었을지도 모른다. 코로나로 경기가 안 좋아지며 폐점까지 하게 된 직장을 괜히 그만두었다는 후회도 여러 번 했다. 고심해서 한 이직을 후회하게 할 정도이니 코로나의 여파가 컸다.


 퇴사를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지금도 디지털 서포터즈를 지원해볼까? 외식업으로 지원해야 할까?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할까? 미래를 앞두고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어느덧 중년이 되어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 겁을 내게 되는 시기가 되었다. 20대에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에는 홧김에도 그만둔 적도 있었는데 내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출근하자마자 퇴사 운운하기엔 눈치가 보였다. 점심시간 이후 관리자에게 쪽지로 퇴사 요청을 보냈다. 다른 직장이었다면 퇴사 면담을 신청했겠지만 이곳은 메신저로 소통하는 곳이다. 말도 없이 다음날  오는 사람도 간혹 있을 정도이니 퇴사에 있어서는 자유롭다. 쪽지의 회신을 기다리며 일을 하고 있었다.   전에 알려주는 맞지만 추석 연휴도 있고 연차 소진 퇴사를 하면 내일 퇴사라 곤란하다고 회신이 왔다.


 빨리 퇴사를 하고 이직을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도리에 어긋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0월 말일 기준으로 연차 소진을 하고 퇴사하기로 했다. 관리자에게 10/6 마지막 근무로 회신받았다. 같이 일하는 C누나가 대체휴무 반영 안돼서 10/5가 맞을 거라고 했다. 아직 일정도 여유 있어서 그때 돼서 다시 정정하면 되고 아니면 인사팀에서 정산하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10/5 또는 10/6을 퇴사일로

받았다.


 남은 기간 동안 유종의 미를 거두고 이직 관련해서 알아볼 예정이다. C 누나는 내가 퇴사하는 것이 아쉬운지 퇴사하더라도 꾸준히 연락하고 지냈으면 좋겠다고 쪽지를 보냈다. 나도 물론 환영하는 일이다. 직장생활을 타지에서 하면서 가족, 친구들과 떨어져 지낸 지 10년이 넘어서 지인들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몇몇이 전부이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는 것은 이미 예전에 깨달았다.

이곳을 1년 동안 다니며 동기들과 동료들이 스쳐 지나갔고 C누나와 R양만 연락을 하고 지낸다.


 퇴사 날짜를 받고 나니 기분이 묘했다. 그토록 퇴사하고 싶었는데 그 새 정이 들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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