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이랑 Sep 02. 2021

돈이 뭐길래

돈과 신뢰와 인연

 관리자에게 퇴사를 이야기하고 R양과 C누나와의 단톡방에 전했다. R양은 내 이후의 계획은 있는지 바로 일할 건지 물어보았다.  농담 삼아 “바로 일해야 해요.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 카드깡을 했거든요.”라고 적었다.


 C누나에게 “많이 도와주진 못하지만  필요하면 빌려줄 수 있어요. 카드 이자는 비싸잖아요.”라고 개인 톡이 왔다.

이사를 하면서 필요한 집기들을 무이자 할부로 나눠서 농담 삼아 카드깡이라고 표현한 거예요. 말씀만으로 감사해요.”라고 회신했다.


 C누나는 정말 친누나처럼 알게 된 이후 많이 챙겨주었다.  

그래서 여러모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아내에게도 많이 이야기를 했었다. “지인과의 돈거래는 안 하는 게 제 신조예요. 빌리지도 않고 빌려주지도 않아요. 돈 때문에 사람을 잃어보아서요.”라고 톡을 보냈다. “저도 그래요. 하지만 진이랑 씨는 예외예요.” 하고 회신을 보내주셨다. 말만으로도 감사했다. 그래서 그 부분을 캡처해서 아내에게 보내고 자랑했다. 아내는 무슨 소리인가 의아해했고 부탁드린 것도 아닌데 나에게 먼저 도움을 주고자 손길을 내미셨고 신뢰를 받고 있는 걸 자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같은 매장에서 일을 하며 만났었다. 같이 일하던 동료 중 Y군은 내 동생보다도 어린 나이였지만 말도 잘 통하고 착한 아이라 우리 부부 모두 예뻐했다. 제주에서 형을 따라 서울에 올라와 형에게 착취당한다며 밥을 종종 사주었다. Y군은 신세 지는 걸 싫어해서 더치페이를 하려고 하거나 음료수라고 사려고 했다. 함께 휴가 일정을 맞춰서 제주 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친하게 지냈다.


 아내는 이직을 하고 나는 전배를 하게 되어 몸은 떨어졌지만 Y군은 꾸준히 연락하고 우리 집에 놀러 오기도 했다.

Y군도 이직을 하고 월급 시기가 안 맞았는지 돈이 없어 힘들어했다. 그래서 돈을 보내는 것은 신세 지기 싫어하는 그의 특성상 받지 않을 것 같아 집으로 오라고 했다. 마트에 데려가서 라면이나 즉석식품들을 사서 들려 보냈다. 아내는 3만 원을 쥐어주며 동생 같아서 주는 용돈이라고 갚을 생각하지 말고 연락이나 꾸준히 하라고 했다. Y군은 어려울 때 받은 도움이니 꼭 신세 갚겠다고 재차 말했다.


 그 이후 Y군은 연락이 끊겼다. Y군의 연애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는데 2년 정도 지난 후 강남에서 Y군이 처음 보는 여성의 손을 잡고 걷고 있었다. Y군이 아니기에 연락이 끊긴 이유는 잘 모른다. 돈 때문이 아니라 자존심 때문인지 단지 몸이 멀어져서 마음이 멀어진 건지 모르겠다.


M사에 다닐 때 동고동락했던 동생이 있었다. R 군이었는데 집도 가까운데 굳이 내 고시원 옆 방을 얻어서 출퇴근을 함께 했다. 시프트 근무였기 때문에 근무 시간이 서로 달랐지만 서로 바쁜 때 도와주며 일을 했었고 몇 년 동안 절친하게 지냈었다. 이직을 해서도 종종 연락을 하고 소식을 주고받았다. 어느 날 필리핀으로 여행을 갔는데 돈이 부족해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연락이 왔다. 고민하다가 R군에게 주고도 생각이 안 날 금액으로 보냈다. 30만 원이 월급생활을 하는 나에게도 적은 금액은 아니었으나 축의금을 보낸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왠지 못 받을 거라는 예상이 들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예전에 M사의 같은 매장에서 일했던 동료에게 연락이 왔다. R군이 여러 가지 사유로 지인들에게 돈을 빌렸다는 것이다. 필리핀인데 여권을 잃어버렸다.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병원비가 없다는 등의 사유로 빌렸는데 적지 않은 인원이 피해를 당했다. L양이 대표로 경찰서에 신고도 했지만 적은 금액이며 변호사 선임비용이 더 클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신고는 포기하고 추가 피해를 없애기 위해 그동안 연락하지 않던 동료들에게 R군에게 돈을 빌려주지 말라고 연락을 했다.


 돈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불가결의 요소이다. 사람 나고 돈이 낳지만 돈이 사람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비일비재하다. 돈이 중요한 것은 누구나 알지만 돈 때문에 신뢰와 인연을 잃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작가의 이전글 퇴사를 이야기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