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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May 29. 2023

리모컨은 내 것

집사일지(55)

 올해 5월은 어린이날도 석가탄신일도 주말 전후로 연결되어 연휴가 되었습니다. 연휴였지만, 비도 하루 종일 내리고 특별한 계획도 없어서 TV를 보았습니다.  시엘이도 오랜만에 집에만 있는 집사가 좋은지 제 옆자리를 택했습니다.

아내는 방에서 <용감한 형사들>을 핸드폰으로 보고 있고, 저는 TV로 <택배기사>를 보고 있었습니다. 옆에서 꼼지락 거리며 자고 있던 시엘이는 자신의 보금자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별생각 없이 옆에 리모컨을 올려놓았는데 시엘이 자리였습니다.

 리모컨 조작 없이도 한 화가 끝나고 다음화로 넘어가지만, 오프닝 음악이나 줄거리 등을 항상 건너뛰는 편인데 그냥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리모컨 쟁탈전의 승리자는 시엘이었습니다.


 문득 어렸을 때가 생각났습니다. 저희 집은 시간별로 방송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오전 리모컨의 주인은 부모님으로 주로 뉴스와 아침마당, 아침 드라마였습니다. 저녁 17시~19시는 만화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는 다시 부모님이 저녁 드라마와 저녁 뉴스를 보았고 수요일은 음악 프로그램을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TV는 하나였지만 채널로 감정이 상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취향은 달라도 함께 보았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방송 채널이 다양해져서 각자 서로 보는 프로그램이 달라서 각 방마다 TV가 있는 집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내와 저도 선호하는 프로그램이 다르지만 함께 있을 때는 함께 보는 편입니다. 특히 아내는 <용감한 형사들>, <그것이 알고 싶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을 보면 혼자 잠을 못 자고, 볼 때에도 혼자 못 보기 때문에 같이 보길 원합니다.


 아내가 방에서 혼자 보다가 무서운 이야기라도 나왔는지 저를 찾아 거실로 나왔습니다. 곤히 자고 있는 시엘이를 보더니, 별말 없이 들어갑니다. 아내의 시선을 본 저도 TV를 끄고 따라 들어갑니다. 시엘이도 인기척에 일어나 따라 들어옵니다.

 잠이 가득한 시엘이는 어느새 잠이 듭니다. 결국 리모컨은 혼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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