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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Aug 29. 2023

주말 논쟁

쉬려는 자 VS 일 시키려는 자

 제가 다니는 고객센터는 연중무휴인 곳이라 주말에도 주말 근무자들이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주말 팀장이 있지만, 주말에만 근무하는 분이라 원활한 업무를 위해 월초나 월말,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주말에는 팀장들도 당직으로 업무 지원을 합니다.


 주말에 근무를 하면 가장 곤란할 때가 주말에 업무를 요청하는 고객입니다.  연중무휴로 연락을 받지만,

AS업무는 주 5일이 보편화되어 평일 9시~18시 사이에 현장 담당자들이 방문을 하고 있어서 예약 접수만 받습니다.


 수신 대기 중에도 안내 멘트가 나오지만, 고객들은 마음이 급해서인지 안내 멘트를 듣지 않습니다. 심지어 상담사들의 안내에도 강성 항의를 하며, 상급자를 요청하거나 보상 또는 해지를 언급합니다.


 사실 상급자를 요청해도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회사의 정책상 정해진 업무 시간에만 AS를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고객에게 월요일 이후 진행되는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현장 업무 전화로 연락해서 고객이 강경하게 진행 요청한다고 혹시 가능한지 부탁을 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적인 고객들이 주말에 쉬기 때문에 사용하던 장비의 AS가 필요하다는 걸 인지해서 연락을 한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또한 월요일에 전화량이 많기 때문에 주말에 미리 접수를 하는 것은 인지 상정입니다. 다만 일반적인 AS센터나 현장 방문도 주 5일이라 주말에는 안 한다는 걸 인지할 텐데, 아직도 해지 언급하거나, 상급자 요청을 하며 강경하게 나오면 해준다고 생각하는 고객이 종종 있습니다. 실제로 민원성 고객은 그렇게 해주기도 합니다.


 회사에서는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매뉴얼을 지시합니다. 하지만 직접 상담하는 입장에서는 말이 통하지 않는 고객을 설득하는 것보다, 말이 통하는 당직 근무자에게 부탁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주 5일제가 시행된 것이 2006년이니, 이미 17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대체 언제쯤이면 주말에 AS가 주 5일의 보편화로 어렵다는 멘트를 안 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본인은 쉬는데 다른 사람은 자신을 위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고객은 주말에도 AS를 받아서, 불편함을 빨리 해소하고 싶어 합니다. 근로자는 주 5일을 준수해서 워라밸을 유지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회사는 이익을 추구합니다. 회사에서는 상품별로 주말 방문이 포함된 상품과 포함되지 않은 상품으로 나누어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래서 고객센터에서는 주말 방문이 포함되지 않은 고객께 월요일 이후 진행됨을 안내합니다.


 주말에 AS를 시행하려면 근로자에게 특근 수당이 발생하고, 현장 근로자들을 구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주말만 근무하는 사람을 채용하면 전문성이 떨어집니다. 회사에서는 비용을 고려해서 상품을 차등화했습니다. 하지만 고객 중 일부는 상품을 선택할 때 면밀히 살피지 않습니다. 그들의 상품을 선택할 때 우선 시 되는 기준이 비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그들의 선택한 상품에 주말 AS가 포함되어 있지 않음에도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합니다. 다수의 고객이 수긍하는 이유는 타사에서도 주 5일 AS서비스가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주말에 고객센터를 운영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기도 합니다.


 주말에도 고객센터가 운영되는 한, 자신의 상품에 포함되지 않은 주말 AS를 계속 요청할 것입니다. 만약, 상담사가 아닌 상인이었다면, 원하는 재화와 용역을 원하면 그에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라고 말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상담사는 고객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불친절이 됩니다. 그래서 고객의 감정적인 부분을 케어하며 거절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회사 정책이 주말 AS를 요청할 경우 비용을 청구하는 것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회사의 관리 조직은 고객센터의 주말 논쟁을 모르고 있거나, 관심사가 아니겠죠. 시스템을 바꿀 순 없으니, 오늘도 순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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