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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Aug 27. 2023

함께 있는 것이 좋아

널 사랑한 거야

 아내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한 장의 이력서였습니다. 사진과 이력으로 봤던 그녀는 스쳐 지나가는 많은 알바 중 하나였습니다. 사람의 인연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함께 일하며 정이 들었습니다.


 비밀 사내 연애를 하던 시절도 있었고, 주말에 밀린 집안일 한다던 여자 친구에게 만나자고 조르던 시절도 있습니다. 이제는 아내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아내와 함께 하는 걸 좋아합니다.


 맞벌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출근은 그녀와의 이별입니다. 둘 다 신도림까지는 출근 동선이 같습니다. 출근할 때마다 신도림역에서 신파극을 연출하곤 합니다. 장거리연애하는 연인들이 헤어지듯, 손을 잡고 아쉬움의 눈빛교환을 합니다. 아내에게 <뽀뽀뽀> 노래를 불러주며, 이별의 뽀뽀를 제안했다가 혼나기도 했습니다.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 엄마가 출근할 때 뽀뽀뽀”

뽀뽀를 6번 해야 하는데, 특별히 키스 1번으로 봐준다고 했다가 주책이라며 사람 많은 신도림에서 꼭 그래야겠냐며 핀잔을 받은 것입니다.


 하루는 아내 동료가 지나가다 우리를 보고, 너무 애틋하다고 남자 친구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아내는 남편이라고 말하니 동료가 많이 놀랐습니다. 그녀는 커플티를 입고 있는 우리 부부를 보고, 다른 중년의 부부 같지 않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사랑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의 유효기간이 3년이란 말이 있었는데, 유효기간이 끝나기 전에 다시 사랑에 빠지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우리 대화의 주제는 늘 다릅니다.


 함께 예전 노래나 드라마를 보며 과거를 회상하기도 하고, 동갑내기 부부는 추억을 공유할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둘 다 상담업무를 하기 때문에 일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고, 힘든 날에는 술도 한 잔 함께 합니다.


 어느 날은 오은영 리포트 <결혼은 지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어떤 미용사 부부의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집에서도 함께 하고, 미용실에서도 함께 하면서 서로 서운한 부분들이 쌓이고, 오해가 쌓여서 서로 반목하게 되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저는 아내와 항상 함께 하고픈 사람이라, 함께 일하는 것이 너무 부러웠기에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보았습니다. 아내가 이직할 때도 제 직장으로 오라고 삼고초려를 했습니다. 하지만 주위 눈치를 보는 것이 싫었던 아내는 다른 곳을 알아봤습니다.

 

 비록 지금은 떨어져서 일하지만, 언젠가는 일도 함께 해서 항상 함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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