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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Sep 01. 2023

팁 논쟁

자발적인 팁은 좋아요, 강제적인 팁은 싫어요

 외식업에 10년 넘게 종사했지만, 팁 문화가 익숙하진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격에 상품과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강남, 잠실, 이수, 성수, 김포, 은평 등에서 각지에서 수년간 일을 했는데, 잠실에서만 팁을 몇 번 받아보았고, 그 외에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논현동에서 근무를 하게 되니 친절에 감사하다며, 종종 팁을 받게 되었습니다.


 제가 업무 숙련도가 높아지며, 더 친절해져서일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지역의 특성 때문입니다.  인근에 헌팅포차나 감성주점들이 많아서 그곳을 이용한 손님이나 근무하는 분들이 팁을 주고받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근처의 식당에서도 팁을 주기 때문입니다. 지역과 상권에 따라 우리나라에도 팁 문화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외국생활을 해보지 않아 팁 문화는 잘 모르지만, 제가 겪은 팁 문화를 되돌아보겠습니다. 팁은 주로 카운터 근무자들이 받게 됩니다. 업종이나 회사에 따라 서비스, 홀, 카운터 등으로 불리는데, 고객을 응대하는 업무를 합니다. 팁을 받는 문화가 있는 상권이라고 해도 모두가 팁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친절과 미소, 서비스가 고객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팁을 받아본 직원이 더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 지향적이 됩니다. 점점 직원 간에 팁의 격차가 발생합니다. 팁은 친절한 직원에게 보상을 주고, 다음 방문에도 질 좋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팁은 고용주가 아닌 고객이 직접 주는 인센티브입니다.


 팁을 받으면 금액과 상관없이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아집니다. 어떤 때는 팁을 받은 것을 자랑하며, 동료들과 마실 음료수를 사느라 팁보다 큰 지출을 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제공한 서비스보다 큰 금액을 받아서 부담스러워 한 때도 있고, 팁 하나로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도 생겼습니다.


 논현동을 떠나면서 팁과는 이별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요즘 이슈가 되는 팁에 대한 소식을 듣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절한 서비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올랐던 패스트푸드의 카운터 직원들이 대부분 키오스크로 대체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카운터 직원들이 해맑게 웃으며 반기던 모습들이 사라졌습니다. 키오스크로 대체되며, 주문은 기계에 직접해야 하고, 주문 번호를 기다리다가 음식을 찾아갑니다.


 인건비의 상승과 기술의 발전으로 키오스크가 보급되면서 고객이 제공받는 서비스는 저하되었는데, 키오스크에 팁을 요구하는 메뉴가 생성된 곳이 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우리나라는 팁문화가 보편적이지 않아 미국 사례이겠지만, 저라도 팁을 주기 싫을 것 같습니다.


 서비스를 받은 것이 아니라, 그동안 받던 서비스를 셀프로 하며, 고객에게 업무를 전가했는데 팁을 내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음식을 만들어준 직원에게 팁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는데, 팁 문화는 응대 고객 서비스를 하던 직원들에게 주는 보상입니다. 음식을 만들어준 직원에게도 감사하지만, 제가 낸 비용에는 그들의 인건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택시에도 팁 문화가 도입된다는 기사를 보고, 자발적으로 팁을 제공해서 서비스의 질이 올라간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둘 만이 있는 공간에서 노골적으로 팁을 권유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결국 팁 문화 또한 변화의 흐름 중에 하나겠죠. 요즘에는 부가적인 수입을 원하기에 사이드 잡을 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팁 문화 또한 부가 수입을 원하는 사람들의 욕망이 발현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욕망은 문화를 창조하는 원동력이니까요.


 결국, 팁 문화를 수용하는 사람들, 관망하는 사람들, 팁 문화에 부정적인 사람들, 각양각색의 생각들이 모여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정착을 하더라도, 자발적으로 주는 팁은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기분이 좋고, 강제적인 팁은 받는 사람은 기분 좋을지언정, 주는 사람은 불편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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