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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Sep 08. 2023

경쟁을 권하는 사회

누구도 당신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한 해가 지날수록, 배움에는 때가 있다는 말이 있다는 말이 체감됩니다. 성인이 된 이후로도 꾸준히 학습을 이어갔지만, 그것이 저의 인생을 바꾸진 않다는 걸 알게 됩니다. 다만 학창 시절 더 노력했다면 인생이 바뀌었을 수도 있겠죠.


  자신의 삶을 바꾸기에는 늦었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자녀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 노력합니다. 자신이 공부를 더 열심히 하지 않아 후회했던 것을 자녀에게 대물림을 하지 않고자 합니다. 더 나은 환경에서 부모의 전폭적인 지지로 자녀들은 스트레스도 받겠지만 부모의 기대에 응하기도 합니다.


 특히 초등학교까지는 부모의 기대와 관심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합니다. 친구들의 이야기만 들어봐도 사교육비의 수준이 적지 않습니다. 발레, 피아노, 영어, 수학. 중국어, 한자, 태권도, 방송댄스, 방문 학습지등 아이가 아이다울 시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아이가 잘하는 걸 찾기 위해 다양한 학습과 체험을 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대체로 공부에 집중하게 됩니다.


 공부에 집중했건만 점점 격차가 벌어지고, 중학생이 된 이후로는 교과의 난이도가 올라가기 때문인지 똑같은 학원을 다니는데도 차이가 벌어진다고들 합니다. 요즘은 중 1까지는 상대평가 아닌 절대 평가로 등수를 알려주지 않아 자녀의 수준을 가늠하지 못하다가, 중2가 된 이후로 자녀의 수준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학원에서는 자녀가 잘하고 있다고만 알려주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수준은 중2 중간고사를 보고 나서 깨닫기도 한다고 합니다.


 B양은 아들이 중2가 되기 전까지 늘 아들 자랑이었습니다. 아들이 공부를 꽤 잘한다고 해서 전교 상위권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교육비도 적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늘 학원이었습니다. 게다가 어플로 자녀의 핸드폰 사용과 컴퓨터 사용 시간마저 제한했습니다. 주말 외에는 본인도 TV시청을 하지 않을 정도로 아들의 공부를 위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중2 중간고사 이후, 성적표를 받고 나서 그동안 제한하던 것을 풀어주었다고 합니다. 그동안의 기대가 무너지고, 스트레스만 주었다고 생각해서 학원도 끊으려고 했으나, 아들도 그동안 하던 것이라 그것마저 안 하면 뒤쳐질까 걱정된다고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아들에게 공부만을 강요했었는데, 공부에 대한 압박감을 내려놓으니, 대화도 많이 하게 되었고, 더욱 관계가 돈독해졌다고 합니다.


 L양의 아들 관련된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그녀는 평소아들에게 공부를 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잘하면 좋지만, 그의 선택이고, 아들의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만 하고 있어도 잔소리 한 번 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동안 아들의 꿈이 프로게이머에서 유튜버, 유튜버에서 선생님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꿈이 계속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꿈이 없던 아이가 꿈이 생겼다고 좋아했습니다.


 중2가 되면서 수학 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했다고 합니다. 수학 학원을 다닌 지 5개월 정도 지나고, 성적이 잘 나와서 학원 홍보물에 이름이 실렸습니다. 아들이 시키지 않아도 공부를 하는 모습에 L양은 대견하기도 했지만, 무리를 하는 것 같아 이야기했습니다.


 “아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공부하는 것도 좋은데 쉬어가면서 해. 누구도 너에게 강요하지 않아.”

 “어머니, 사회가 경쟁을 권하고 있어요. 저도 노는 게 좋지만 공부 잘하는 애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학원에 있거나, 과외를 하고 있으니까요.”

 “아들, 학원 더 다니거나 과외 알아볼까?”

 “아니요. 지금도 힘들어요. 할 수 있는 만큼만 할게요. 필요하면 말씀드릴게요. “


 경쟁을 권하는 사회라니, 중학생이 이런 이야기를 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친구를 사귈 때도 그 친구가 공부를 잘하는지 못하는지가 척도가 된다는 말이 안타까웠습니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그들은 본질적인 것에 대해 물어보는 법이 없다. -어린 왕자-”


 삶의 가치는 모두 다르고, 행복에 대한 기준도 저마다 다릅니다. 행복하기 위해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도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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