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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Oct 14. 2023

홍자를 볼 수 있을까?

비 오는 날의 기다림

 집으로 돌아가는 길 현수막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습니다. 낯익은 얼굴은 미스트롯 시즌 1을 통해 이름을 알린 “우려낼 대로 우려낸 곰탕 같은 목소리의 그녀” , 홍자였습니다.


 문학경기장 동문 광장에서 <농수특산물 한마당 인천 장터>의 트롯콘서트 게스트로 나온다고 적혀있어 아내에게 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아내는 흔쾌히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미스트롯을 보면서 아내는 송가인을 응원했고, 저는 홍자를 응원했습니다. 오랜 기간 무명의 설움을 딛고, 자신의 존재를 뽐내던 그녀의 노래는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결국 송가인이 우승을 하고, 홍자는 미였지만 제게는 진이었습니다.


 그런 홍자가 가까운 곳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가고 싶었습니다. 상세 일정이 공지되어 있지 않아서 10월 14일 10시~18시 사이에 공연을 한다는 것만 알았습니다. 팬카페에 가입을 하면 상세 일정을 알 것 같았지만, 팬카페 활동을 할 것까진 아니라 포기했습니다.

 

 행사장 특성상 날씨가 중요한데, 일기 예보를 확인하니 때때로 비가 온다고 했습니다. 우천으로 취소가 된다는 이야기는 없어 비가 와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내는 오랜만에 데이트를 한다며, 준비를 했습니다. 공연 일정을 모르는 터라 팸플릿으로 일정도 확인하기 위해 일찍 출발했습니다. 근처에서 주전부리라도 하자며, 9시 반에 도착했습니다. 경기장 근처라 도로만 있고, 주위에는 먹을만한 곳이 없었습니다.


 편의점에서 컵라면이랑 핫바로 때울까 하고 들어갔는데 2,500원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1,500원이면 살 수 있는 걸 사자니 손해 보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야구 경기를 보러 온 것도 아니고, 시간적 여유도 있어 다른 곳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카페에 가려고 나서니, 가는 길에 맥도날드가 있었습니다. 편의점에서 소비할 돈으로 더 풍성하게 먹었습니다. 동문 광장에 갔으나, 일정표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팬카페에 가입해서 일정을 확인했는데, 오후 4시였습니다. 미리 일정을 확인하지 않은 탓에 중간에 뜨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근처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서 집에 갔다가 다시 오자고 제안했으나, 아내가 집에 가면 다시 나오기 귀찮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인천 장터라도 구경하려고 나가려고 하니, 비가 쏟아졌습니다. 맥도날드에서 맥런치까지 주문했습니다.

 홍자 공연을 보기 위해 나왔는데, 일정을 확인하지 않고 나와서 아직도 4시간 반 정도 남았습니다. 비오는 날의 하염없는 기다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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