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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Nov 19. 2023

그녀를 잠금해제

집사일지(62)

 

겨울이 오니, 시엘이도 움츠려듭니다. 여름 내내 창가에 자리 잡고, 햇살을 즐기며 늘어져 있던 그녀가 근처에도 가지 않습니다. 자연히 취미생활도 사라졌습니다. 바깥의 사람이나 차가 다니는  모습을 한동안 보고 있었는데 말이죠.

 차가운 기온이 싫은 시엘이는 방으로 들어와서 수조의 물고기를 보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처음에는 물고기를 잡아먹거나, 수조를 건드려 떨어뜨리거나 하는 사고가 생길까 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출근할 때면, 방문을 닫고 다녔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시엘이가 단지 바라만 볼 뿐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전처럼 방문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물론 우려했던 일은 없었습니다.

 시엘이의 월동준비를 위해 아내가 전기장판을 장만했습니다. 전기장판이 오자마자, 시엘이는 자신의 것이라는 걸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바로 반응을 보였습니다. 움츠려 들었던 시엘이도 따뜻함이 마음에 들었는지 잠금해제 되었습니다.


 시엘이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행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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