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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Nov 20. 2023

내 계절은 어디쯤일까?

시기를 알지 못하고 단풍이 되지 못한 저 나뭇잎처럼

 11월 말을 향해 흘러가는 어느 날, 공원을 걷다가 문득 아직도 푸르른 나뭇잎을 바라보았습니다. 작년 이 맘 때쯤이면 이미 단풍으로 변하고, 낙엽으로 지었을 이 시기에 아직도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가을이 되어서도 계속 따뜻했던 날씨 때문인 모양입니다. 어느새, 추워진 날씨에 나뭇잎은 푸르름을 간직할까요? 아니면 계절의 흐름을 뒤늦게 느끼고 단풍이 될까요? 물론 겨울이 되면, 봄을 기다리며 앙상한 나뭇가지로 변하겠지만요.


  문득 제 자신이 삶의 계절도 모른 채,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는 나뭇잎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40대는 계절로 가을이 아닐까요? 봄 같은 유아, 청소년 기, 여름 같은 청년기, 가을 같은 중년기, 겨울 같은 노년기로 나눈다면 이제 가을을 맞이해서 열매를 맺거나, 단풍이 될 준비를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인생이 길어졌으니, 이전과 같은 가을에 아니라 다독여 봅니다. 무언가의 결실을 맞이하진 않았지만, 저만의 속도로 가을을 맞이 보겠노라고 다짐해 봅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이제는 울긋불긋 단풍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가을을 보고 질투하며, 누군가의 열매를 보고 부러워하는 마음들을 모아 낙엽처럼 떨어뜨리겠습니다. 인생의 겨울이 천천히 오길 바라보며, 가을 얹저리에서 마음을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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