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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Nov 23. 2023

ESTP는 좋은 관리자인가?

회식으로 알게 된 사람들의 시선

 저의 일과는 동일합니다. 9시 업무 시작이지만, 8시 반부터 상담사들에게 업무 배정 및 전일 넘어온 업무를 처리합니다. 동료들과도 사담을 잘하진 않습니다. 업무적으로 만난 사이니 업무 이야기만 주로 합니다.

흡연을 하지 않기 때문에 업무 시간에는 화장실 외엔 자리를 비우지 않습니다.


 기술팀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일반 상담사들의 오류들에 대한 피드백을 하고, 팀원들의 질의나 민원 건을 처리합니다. 업무적 소양을 쌓기 위해 관련 서적을 찾아보거나, 인터넷 검색도 종종 합니다.


 팀장인 만큼 업무를 제일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외식업에 오래 일을 하면서 매뉴얼을 벗어나서 일하는 것을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합니다. 프랜차이즈는 특히 정량 및 순서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양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누가 보든, 누가 보지 않든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기존 성격도(ESTP) 그렇고, 트레이닝을 그렇게 받았기에 맥도날드에서도 전형적인 관리자 타입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출처: 나무위키

  흔한 대한민국 국민 n번쯤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랑 비슷한 성격이 많지 않다는 걸 보니 왠지 특별해진 것 같습니다.


 연말이라 전체 회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전체 회식은 오랜만입니다. 회식을 하더라도 저의 팀원들과만 했던지라 조금 낯설었습니다. 3년 차여도 신입들과는 말을 섞을 일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주로 업무 피드백 외엔 없었습니다.


 회식 장소로 가는 길에 상사인 센터장님이 말을 건넵니다.

 “이랑 팀장은 3 팀장이랑 안 친한 것 같던데 이번 기회에 좀 친해져 봐. 동갑이잖아. “

 “동갑이긴 한데, 공통 관심사가 없어서요. 성격도 많이 다르고요. “


 3 팀장은 저희 센터에서 장기간 근무를 했지만 육아 휴직으로 1년을 쉬었습니다. 성격이 쾌활하고, 자신의 이야기도 잘하는 편입니다. 출근하면 바로 상담사들과  30분 정도 사담을 하고, 흡연을 하기 때문에 동료들과 종종 흡연장으로 내려갑니다. 그는 어머니 뻘의 상담사들과도 누나, 동생 하며 살갑게 지내기 때문에 인기도 좋은 편입니다.


 저는 어리거나 많거나 동일하게 존중한다는 의미로 경어와 직급이나 이름 뒤에 “님”이라는 존칭을 사용합니다. 대신 사적인 자리에선 말을 편하게 하지만, 코로나 이후 사적인 자리는 잘 안 가지는 편입니다.


 성향이 다른 팀장과 함께 회식을 해서인지 3 팀원들이 저를 어렵다는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업무적으로만 대해서 어려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대화를 해보니 친근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3 팀원들은 그 말에 대체로 동조했고, 1 팀원들은 제 편을 들기 바빴습니다. 다들 알코올의 힘을 빌려 많이 친해졌습니다.

 “1 팀장의 첫인상이 차갑다. 손들어 봐요. “

 

 대체로 3 팀원들이 손을 들었고, 1 팀원들이 제지했습니다.

  ”저도 가끔은 1 팀장이 어려울 때가 있어요. 업무적으로만 이야기를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자신의 감정을 잘 이야기 안 하거든요. 어떻게 생각해요? 이랑 팀장. “

 “저는 사실 이 분위기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제 팬들을 데리고 왔어야 하는데.”

 “팀장님, 팬이 있어요?”

 “그럼요. C님도 있고, S님도 있고.”

 

 옆에서 듣고 있던 3팀의 L님이 말했습니다.

 “제가 3호 팬 하겠습니다. 자주 자리로 찾아갈게요. “

  “감사합니다. 저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챙기기에도 바빠요. 저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죠. 업무 하려고 모인 거잖아요. “

 

 알코올과 분위기는 비례하나 봅니다. 데면 데면 하던 사람들이 오래 알고 지낸 친구들처럼 화기애애했습니다. 저는 같은 방향의 팀원을 핑계로 1차가 끝나는 분위기에 일어났습니다. 인사하려고 나가려는 저를 신입이 잡아 세우고 악수를 청했습니다.


 “팀장님, 메신저로 피드백을 주셨는데, 선임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했냐고 핀잔을 주셔서 2주 동안 팀장님을 싫어했습니다. 그런데 먼저 인사해 주시고, 다음 메시지들에도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오해한 것 같아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오늘만 날도 아니고요. 다니다 보면 친해지겠죠. “


 사실 신입이 저를 싫어하는 줄도 몰랐습니다. 싫어한다고 해도 업무적으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말로 하는 것과 글은 달라서 제가 쓴 감정과 읽은 상대의 감정은 달라서 정중하게 보내는데, 너무 업무적인 글이었나 봅니다. 감정을 섞어서 적거나, 이모티콘이라도 보내야 하는 걸까요?


 K군과 함께 집으로 향했습니다.

 “팀장님, 이야기 들어보니, 저희 투정받아주시느라 일반 상담사들과 불편했을 텐데 내색하지 않고, 항상 저희 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

 “당연하죠. 같은 팀이잖아요. 그리고 뒷담화는 팀을 견고하게 해요. 옛날에도 서로 싸우다가 외적이 침입하면 똘똘 뭉쳤잖아요.”

 “그때까지 가는 겁니까? ㅎㅎ”


 팀원들과만 하던 회식을 하다가 전체 회식을 하니, 그동안 몰랐던 저를 바라보던 다른 시선을 느꼈습니다. 제 업무 스타일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쉽게 바뀌진 않을 것입니다. 팀원과 업무적으로는 저의 최선이니까요. ESTP는 좋은 관리자인가? 답은 타인이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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