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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Nov 30. 2023

그녀의 정년퇴직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보는 두 번째 정년퇴직이었습니다. 취업 후 15년 동안 두 번이니, 정년퇴직은 드문 행사 중 하나입니다. 그동안은 외식업에서만 있다 보니 정년을 맞이하기 전에 퇴사하거나, 이직하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저희 고객센터에서도 처음 맞는 정년퇴직입니다. 고객센터의 오픈과 함께 장기 근무한 분이 퇴직을 하는 것이라 오전부터 M님의 주위에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상담사로 꾸준히 다니셨고, 직위를 맡진 않았지만, 처음 신입으로 와서 모두 M님께 업무를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신입 상담사는 업무에 배정되기 전에 동석을 하게 됩니다. 동석을 하는 선임 상담사로는 M님과 K님이 주로 했습니다. 저도 신입일 때, 두 분께 배웠습니다. K님은 신입 중에 얼마 안 다니다가 퇴사하는 분들이 많다며, 마음을 안 주려고 거리를 두었습니다. 그에 비해 M님은 말의 속도가 빠른 건 아닌지, 이해가 안 되는 건 없는지 중간중간 확인했습니다.

 

 업무를 하면서 모르는 것이 있을 때면, 동석을 하며 낯이 익은 M님에게 많이 여쭈어 보았습니다. M님은 아들 뻘인 저에게도 항상 경어를 사용해 주셨고, 웃으며 알려주셨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수의 상담사들을 챙겨 주었기에 언니이며, 엄마였습니다.


 저도 오전에는 업무에 메여있지만, 업무를 미루어 두고, M님 근처에 갔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아쉬움을 달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센터장도 와서 함께 찍자고 제안했습니다. 센터장은 휴게실에서 더 많은 동료들과 함께 찍자고 했습니다.


 자리를 이동해서 스탭실에서 준비한 현수막을 부착했습니다. 현수막에는  M님의 사진과 헌정 글이 적혀있었습니다. 전날 주문한 꽃도 M님께 안겨드리고, 다 같이 모여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M님도 화답으로 떡을 준비해 오셨습니다. 한 명, 한 명에게 떡을 주시면서 인사를 건넸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도 업무를 열심히 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습니다. 롤링 페이퍼를 작성해서 상담사들 사이에 팀별로 돌렸습니다. 다들 M님의 정년퇴직을 아쉬워했습니다. 동료들 중 몇몇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M님이 마지막으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혹시 제가 잘못처리한 업무가 있으면, 연락 주세요. 와서 마무리할게요.”

 “언니, 걱정 마. 언니 찾는 사람 있으면 내가 할게.”

J님은 같은 지역이라 사적으로도 종종 만나면서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J님은 M님과 가장 오랜 센터의 원로로 다음 정년퇴직자가 있다면 J님일 것입니다. M님은 슬픔으로 어색해지는 분위기를 벗어나고 싶으셨는지 안 오는 엘리베이터를 탓했습니다.


 하지만 배웅 나온 모두는 엘리베이터가 더 천천히 오길 이 순간이 천천히 가길 바랐을 것입니다. M님의 정년퇴직은 퇴사나 이직이 빈번해서 이별에 익숙한데도 여운이 오래 지속되었습니다. 저도 M님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장 내의 다수가 이별을 아쉬워하는 모습이 아직도 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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