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이랑 Dec 08. 2023

누굴 위한 노동법인가?

같은 날의 퇴직, 다른 느낌

 며칠 전, M님이 퇴사하면서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날에 한 명의 퇴사자가 더 있었습니다. 그녀와 몇 번인사를 주고받았지만, 통성명을 한 적은 없기에 선생님이라고 호칭했습니다.


 그녀의 직업은 장애인 활동 지원사입니다. 회사에서 직원 복지로 맹인 안마사가 휴게실로 방문해서 안마를 제공합니다. 맹인 안마사 분을 보조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M님이 퇴사 당일, 한 명 한 명 인사를 건네었기에 그녀도 오늘이 마지막 근무인 것을 알았습니다.


 “선생님, 그동안 감사했어요. 저 오늘이 마지막 근무예요.”

 “아, 그러셨군요. 저도 오늘까지 근무합니다.”

 “선생님은 다른 곳으로 옮기신 거예요?”

 “아니요. 갑자기 오늘까지만 하고 그만두라고 해서 인수인계하고 있어요.”


 그녀는 후임 장애인 활동 지원사 분을 소개했습니다. 그녀를 언제부터 본 지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2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계약직은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했기에 계약이 종료가 된 것이라 짐작했습니다.


 M님은 정년퇴직으로 그만두며, 동료들에게 아쉬운 작별 인사와 환송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M님이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면, 오늘이 마지막 근무였는지조차 몰랐을 것입니다.


 같은 장소, 같은 날 마지막 근무인데도 M과 그녀의 퇴직은 달랐습니다. M은 정년퇴직임에도 오랫동안 함께 해온 동료로서 관리자가 조금 쉬다가 돌아와서 계약직으로 근무하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소리 없이 계약 종료되고,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정년퇴직을 생각해도 씁쓸했는데, 계약 종료는 더욱 씁쓸했습니다. 이래서 월급쟁이라며, 회사의 노예라며

투덜대도 울타리를 벗어날 수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용 안정을 위해 계약직 2년을 하면, 정규직 전환을 하도록 법이 만들어졌는데 도리어 계약을 종료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녀 외에도 많은 계약직이 2년을 채우고 계약이 종료되고 있을 것입니다.


 근로자를 위한 노동법을 만들어도, 사용자는 허점을 이용해서 빠져나가니 누굴 위한 노동법인가 싶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그녀의 정년퇴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