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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Dec 10. 2023

[리뷰] 서울의 봄

두 번은 못 볼 것 같은 영화

 이 글은 결말 및 영화 내용의 일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봄]은 12월 9일 600만을 돌파했습니다. 저도 그중 하나로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141분이란 긴 시간 동안 몰입도가 높아서 1분도 지루한 시간이 없었습니다. [서울의 봄]은 역설적이게도 서울의 봄은 없다는 참담한 현실을 반영했습니다.

 

최근 본 영화 중에 가장 인상 깊은 영화였지만, 개인적으로 두 번은 못 볼 것 같습니다. 명화는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보고, 시간이 지나서도 다시 보는데, 명화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러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지인들에게도 꼭 보라고 하고 싶은 영화이지만, 보는 내내 화병이 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미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몇 번이나 접해본 과거의 일이지만, 이태신 장군(정우성 배우분)에 감정 이입을 해서 보니 당시의 현실이 더욱 참담했습니다.


  보안 사령관 전두광(황정민 배우 분)이 반란을 일으켜 계엄 사령관을 납치하고, 군 내 사조직 하나회를 총 동원하고, 최전선의 전방부대까지 서울로 불러들입니다. 그 과정에서 전두광은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대통령의 재가를 받기 위해 압박을 합니다. 영화에서는 흥미와 긴장을 위해 반란군과 진압군의 팽팽한 분위기를 연출했겠지만, 보는 내내 속이 터졌습니다.


 서울의 겨울이(제목은 봄인데, 계절도 상황도 겨울) 연이어 나오는데, 국권 상실은 아니지만, 민주주의를 상실하게 하는 신군부의 만행에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상화 시인)라는 시가 생각이 났습니다.


 국방부 장관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도망을 가지 않고, 지휘를 해서 전두광을 토벌하게 했다면 어땠을까?

수도 경비 사령관 이태신의 호출에 장군들이 응해주었다면 어땠을까?

 참모총장이 헌병관의 조언을 받아들여 반란군에 강경 대응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공수 8 여단이 상부의 지시로 회군할 것이 아니라 대기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마지막으로 이태신 장군이 반란군에게 시간을 주지 않고 폭격 명령을 내렸다면 어땠을까?


 이미 일어난 과거의 일이라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진심으로 이태신 장군을 열렬히 응원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관객의 대부분은 이태신 장군을 응원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태신 VS전두광의 대결 구도로 계란으로 바위 치는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부관은 대세를 인정하고 투항하자는 말했습니다. 부하들의 목숨과 장군의 가족 이야기를 하며, 감정에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불합리한 상황에 한 명쯤은 저항하는 군인이 있어야 한다는 이태신 장군은 정말 참 군인이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 해도 이태신 장군이었습니다. 주인공은 누가 봐도 어려운 상황 속에 악의 무리(전두광을 비롯한 하나회)와 타협하지 않고, 고군분투하다가 보안사에 끌려가서 고문을 당하며 끝이 납니다. 하나회의 멤버들은 승승장구를 하며, 국가의 권력을 누립니다.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했지만, 이태신 장군이 이겼다고 해도 극적 허용으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이태신 장군이 12.12사태로 인해 최종 출전하기 전에 아내에게 전화를 한 장면이었습니다. 앞 일을 알 수 없기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순간이었고, 저라면 도망쳤을 것 같은 그 순간이었습니다. 아내에게 담담하게 일상적인 대화만 하고, 하고 싶은 말이 무수히 많았을 텐데 삼켰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갈 준비를 하며, 아내가 챙겨준 목도리를 하는 모습에 울컥했습니다.


 [서울의 봄]은 보는 내내 정말 많은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전혀 가볍지 않은 영화, 배우들의 명연기가 몰입도를 미치도록 만든 영화, 과거를 통해 지금의 현재에 더 감사하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12.12사태를 돌아보게 되는 영화로 권력에 미친 사람들의 그릇된 행동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그 희생을 토대로 지금이 있다는 걸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영화는 끝내 서울의 봄이 오지 않은 채로 끝이 나서 안타까웠습니다. 이영화를 통해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 중의 하나였을 거라 생각합니다. 안 보신 분이라면, 꼭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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