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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Jan 07. 2024

친절 VS신속

친절하면서 신속하게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친절과 신속은 가장 강조되는 가치입니다. 하지만 친절하면서 신속하게는 쉽지 않습니다. 친절과 신속은 서로 양립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신속을 위해 친절에 대한 기준을 내려놓게 됩니다.


 서비스업에서는 고객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일관된 서비스를 지향합니다. 고객 접점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서비스에 대한 교육을 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사람이 있듯 고객 중에도 일명 진상이라고 하는 고객이 있습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이상의 것을 요구하거나, 다른 고객과는 다른 특별한 대우를 원하기도 하고, 감정 쓰레기통 취급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고객은 갑이고, 회사는 을이고, 상급자는 병이고, 상담사는 정의 끝에 서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를 하다 보면, 하대 받는 경우도 상당수 있습니다. 특히, 비대면 서비스인 상담사는 회사에 대한 불만을 상담사에게 전가해서 폭언이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 허다해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게 됩니다.


 상담사는 그러한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다음 상담을 진행합니다. 입사 초에 친절했던 상담사는 업무가 익숙해짐에 따라 덜 친절해지고, 신속하게 처리합니다. 그리고 업무가 익숙해진 상담사는 팀장이 되고, 팀원이 친절하기보다 신속하길 원합니다.


 처리해야 할 업무는 많고, 고객 한 명, 한 명의 고충을 듣고, 감정에 공감하는 친절 상담사보다는 신속한 업무 처리로 팀원의 업무량을 줄여주는 것이 팀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팀원들도 친절하기만 한 상담사에게 눈치를 주기도 합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라는 드라마에서도 친절한 간호사를 역할한 박보영 님은 실제와 닮았습니다. 직장에서는 그녀의 업무까지 가중된 팀원들이 그녀와 일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드라마를 보면서도 공감이 되면서도 친절 VS신속 중에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당연히 친절이지만, 동료들은 신속을 선호합니다.

 

 제가 일하는 고객센터에서도 하루 120건의 상담을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시간당 15건, 건당 4분(대기 시간 및 업무 처리 시간 포함)입니다. 4분 동안 고객에게 얼마나 친절할 수 있을까요? 친절은 주관적인 기준이지만, 상냥한 말투와 어감 만으로는 친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객의 말을 경청하고, 요청하는 바를 해결해야 친절하다고 느낍니다.


 기다리느라 지친 고객에게 사과로 시작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친절하면서 신속한 상담이 가능할까요?

요즘은 Ai 상담이나 홈페이지 접수 등 고객의 소리를 듣는 다양한 루트가 개발되고, 있어서 상담 업무량을 줄이고, 질적인 부분으로 지원하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개선되진 않겠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란 말을 들으면서도, 고객센터의 상담팀장을 하고 있습니다. 도전을 하기엔 쉽지 않은 40대이기 때문입니다. 팀원 중 H군은 낮은 급여를 보완하기 위해 카페 알바를 시작했습니다. H군은 아직 어리니 카페 알바도 가능하구나 하며, 젊음에 대한 부러움이 생겼습니다. 또한 K군은 상담 업무를 하며, 자존감이 낮아졌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돈 몇 푼에 자신의 가치를 팔 수 없다며 입사 첫날 업무를 마치고 그만두었습니다.


 삶의 가치는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제가 생각하는 가치를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같은 길을 함께 하는 동료라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제안을 할 뿐이니다. 친절 VS신속 둘 다 중요한 가치이지만, 친절의 기준을 낮추고 신속함을 택하는 노하우를 제안하며, 현재도 상담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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