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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Jan 06. 2024

창문이 열려있었다

배연창 오작동

 직장인이면 누구나 기다리고 기다리는 불금,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아내는 저녁 약속이 있어서 먼저 들어왔습니다. 돌아온 저를 반기는 시엘이에게 인사하고, 외투를 벗었습니다.

방에 들어서는데, 평소와 다른 감각에 살짝 놀랐습니다.  어디선가 ‘웅’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전등을 켜고, 청소기가 켜져 있는 건가 하고, 바로 확인했지만 그럴 리가 없었습니다.

 소리의 정체를 찾다가 밖에서 들리는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창문이 열려있어 밖의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집은 5층이라 창문을 닫고 있으면 외부의 큰 소음이 아니면 들리지 않는 편입니다. 그래서 어둠 속에서 낯선 소리가 들리니, 당황스러웠는데 실체를 알고 나니, 당황을 넘어 황당했습니다.


 이 겨울에 창문이 열려있다니? 언제부터 열려있던 거지? 보일러는 얼마나 돌았으려나? 지금까지 창문이 열린 적이 없었는데 무슨 일이지?


 집에 들어서며, 시엘이와 인사하지 않았다면 깜짝 놀라서 시엘이를 찾아다녔을 것입니다. 겨울이라 시엘이가 창문 근처에 얼씬도 안 해서 추락할 일은 없었지만, 생각만 해도 아찔해집니다.


오피스텔에는 방연창이 설치되어 있어 화재 시 연기를 밖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자동개폐 기능이 있습니다. 화재 오작동으로 창문이 개폐된 모양입니다. 예전부터 가끔씩 어느 집에서 조리 중에 연기가 발생해서 화재 감지기가 작동했으니, 안심해도 된다는 오피스텔 내 방송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우리 층이라 방연창이 작동이라도 한 건지 관리실에서 신호를 잘못 보내서 열린 건지 원리도 모르고 부재중 발생한 일이라

영문을 알 수가 없습니다.


 출근한 사이에 화재 오작동으로 창문이 열렸던 것 같은데,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으니 재발하지 않는다면 이번은 넘기기로 했습니다. 창문이 열려있던 탓에 실내 온도는 14도였고, 수조의 히터는 계속 가동 중이었습니다.  다행히 물고기도 잘 살아남았습니다. 해프닝이었구나 하고 생각하고, 아내가 귀가하자마자 하소연을 했습니다. 아내 역시 황당해하며, 시엘이에게 특별한 일이 없음에 안도했습니다.


 겨울에 일어나서 보일러는 돌았으나, 겨울이라 시엘이는 창가에 얼씬도 하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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