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이랑 Sep 05. 2021

주차는 어려워

주의 초보 운전

 20살이 되자마자 친구들 따라 자동차 면허를 땄다. 자동차가 없었기에 고이 모셔두고 살다가 26살에 J사에 다닐 때 상무님께서 남자는 기동력이 좋아야 한다며 회사차로 출퇴근하라며 다마스를 주셨다. 출퇴근을 하라는 명목으로 준 다음 구매부서 직원이 나에게 납품을 보냈었다. 다마스는 작은 차로 운전하기 편했다. 시골길이라 주행이나 주차가 어려울 것도 없었다. 당시에 차에 내비게이션이 없어서 지도를 펴서 길을 익히거나 이정표를 찾아서 갔었다.


 서울에 올라오면서 운전할 일이 없었다. 차보다는 집이 먼저라는 주의였고 무엇보다 서울에서의 운전은 두려웠다. 차도 많고 도로의 특성상 신경 쓸 일이 많았다. 그래서 오토바이를 구매해서 타고 다니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아내를 만나고 함께 움직일 일이 종종 생기면서 대중교통은 불편했고 오토바이로 움직이는 것은 위험해서 쏘카를 렌트하여 운전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차를 렌트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있었는데 몇 번 하고 나니 어렵지 않았다. 서울을 벗어나 시외를 다닐 때 운전을 해서 주차는 주로 시외에서 했었다. 오랜만에 하는 운전이라 매번 익숙하지 않고 처음 운전하는 마냥 긴장을 하게 되었다. 20대에 운전을 했을 때는 긴장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나이를 들어서인지 땀까지 흘렀다.


 아내와 언니 동생 하는 K누나가 집들이할 겸 놀러 오기로 하여 인근의 바다라도 함께 드라이브하기 위해 렌트를 했다. K누나가 도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역으로 갔다. 역에 간 김에 마트에서 장보기 위해 둘을 마트로 보내고 마트 주차장에 주차를 하기 위해 들어갔다. 주말이라 그런지 거의 만석이었고 간이 주차장이라 주차 구역 간의 너비가 좁았다. 초보운전인 나에게는 주차하기 어려운 지역이었다.


 1층에 주차하기 위해 둘러보다가 빈자리에 넣어보려고 하였으나 2대 사이 가운데라 난도가 높아서 헤매고 있었다. 장애인 구역은 자리가 많았으나 그곳에 주차를 할 수는 없었다. 결국 출차하는 차가 경적을 울렸고 주차를 포기하고 2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앞으로 향했다. 1층과 2층 사이 쇠파이프가 가드레일 대신 있었다. 올라가는데 조수석 쪽이 살짝 닿을까 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멈추고 뒤로 빼야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주행을 했다. 쾅하고 부딪히며 진동이 왔다. 결국 후진했다가 다시 올라갔다.


 매우 신경이 쓰였지만 주차를 하지 못한 상태라 내려서 확인하기로 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한 바퀴를 돌고 구석에 주차를 하는데 옆 차와 3cm 정도밖에 거리가 안 떨어져 있어서 내리지도 못하고 주차를 다시 하자니 긁는 것은 아닐까 선뜻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다행히 옆 차의 가족들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운전자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이 탑승하고 운전자가 내가 차량을 후진하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 “죄송해요. 제가 초보운전이라 후진하다가 긁을지 몰라서요.” 운전자는 가벼운 미소로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조수석을 통해 운전석으로 타서 출차했다.


 정말 그 가족들에게는 전할 순 없지만 감사를 표한다. 옆의 차량이 출차하고 2라인을 혼자 차치하다시피 했지만

왔다 갔다 했는데 제자리라 포기했다.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T자 주차도 했었는데 벌써 20년 가까이 지나서인지

그 전보다 주차 실력이 안 좋았다. 내려서 황급히 조수석 앞부분을 살폈다. 라이트가 살짝 들렸고 앞쪽 범퍼에 흠집이 났다. 1층으로 내려가 가드레일 대신이 파이프를 살폈는데 단순한 쇠파이프라 멀쩡했다.


 나 같은 초보운전은 못 들어오겠다고 생각을 했다. 마트를 이용할 예정이라 주차를 무료로 이용하려다가 비싼 주차비를 내게 되었다. 오래 걸린다고 생각한 아내가 전화를 했고 이제 주차했다고 금방 가겠다고 이야기했다. 아내를 보자마자 이실직고했다. 주차를 하다가 가드레일에 부딪혔다고 이야기를 하니 다친 곳은 없는지 걱정했다. 조금 놀랐을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아내는 다친 사람 없으면 괜찮다고 말했다. 항상 내 걱정부터 해주는 아내에게 고맙고 안심이 되었다.


 장을 보고 집으로 향했다. K누나에게 바다로 드라이브하려고 했었는데 주차장에서 사고를 쳐서 이대로 운전하는 것은 무리라 미안하다고 말했고 K누나도  다쳤으면 되었다고 괜찮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예정시간보다 빠르게 차를 반납하고 자차사고 접수를 했다. 주말이라 평일 중에 사고 담당자가 연락  것이라고 했다. 처음 접수해본 사고 접수라 말은 하지 않아도 놀란 티가 났는지 아내와 K누나가 계속 신경 썼다.


 사고처리가 될 때까지 렌트에 제한이 있을 거라고 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당분간은 놀란 맘에 렌트를 하지 못할 것 같다. 아내는 옆에서 봐주었어야 했는데 혼자 하다 보니 더 긴장해서 그랬을 거라고 했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 다시 운전을 하겠지만 능력 상 주차가 가능한 지역과 주차가 어려운 지역을 가늠하게 되었으니 오늘 같은 일은 없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삶에 대한 애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