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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Sep 07. 2021

사랑니를 뽑았다

어른도 치과는 무서워

 아침에 날씨 어플을 보았을 때 비올 확률이 10%라 별생각 없이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 사랑니를 뽑기로 예약한 날이라 어제부터 신경이 쓰였다. 저녁을 못 먹겠지 하는 생각으로 점심은 뼈해장국을 먹었다. 양치도 평소보다 신경 써서 하고 퇴근하자마자 치과로 향했다.


 나의 심란한 마음을 아는지 비가 세차게 내렸다. 비를 핑계로 치과를 가지 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역까지 비를 맞으며 달려갔다. 다행히 거리가 짧아서 많이 젖진 않았다.  역에서 내려서 지하도를 이용해 치과 앞까지 바로 갈 수 있었다.


18시 퇴근인데 18시 반 예약이라 서두르느라 온몸에 땀이 나고 사랑니 발치를 앞두고 긴장되었다. 친절한 직원들과 의사 선생님이 있어도 걱정이 되는 것은 똑같았다. 어른인 나도 이렇게 긴장되는데 아이들이 치과 간다고 하면 왜 우는지 알 것 같았다.


 이름이 호명되고 치료실에 누웠다. 옆에 보이는 낯선 수술 기구들은 기괴해 보였다.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마취를 하는데 입안이라 예민한지 몸이 들릴 정도로 아팠다. 잇몸과 입천장에 주사를 놓는데 주사 바늘이 몸을 관통하는 줄 알았다. 마취가 이렇게 아플 줄 생각도 못했다. 관운장이 화타에게 마취를 안 하고 치료를 받았다는 일화가 생각나며 마취가 치료보다 아픈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마취가 되는 걸 기다리며 수술 동의 및 주의사항을 들었다. 마취를 하지 않았으면 동의 안 한다고 하고 가고 싶었다. 이래서 마취를 하고 동의를 받는구나 싶었다. 발치를 기다리며 마취가 된 오른쪽이 아무 감각이 안 나고 살짝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차라리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시작할까요?”하는 의사 선생님의 말과 발치가 시작되었다. 상대적으로 잘 뽑힐 것 같은 윗니를 먼저 시작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랫니가 먼저 시작되었다. 아랫니를 기구로 잡고 양 옆으로 흔들기 시작했는데 그 감각이 그대로 느껴졌다. 내가 긴장하는 것이 느껴졌는지 “아프세요? 추가로 마취를 진행할까요?”하고 물으셨다. “아니에요. 그냥 해주세요.” 감각만 느껴질 뿐이었는데 마취주사를 맞는 것은 아픔이 느껴질 것 같았다.


 발치를 하다가 기구로 다른 이를 치진 않을까 벌써부터 시린 느낌이었다. 안에서 뼈가 부러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하나가 발치되었다. 윗니는 상대적으로 금방 발치되었다. 의사 선생님은 나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농담을 하셨다. “건장한 성인 남성의 사랑니라 뿌리가 깊어서 발치하다가 체력을 다 써서 이제 오늘은 퇴근해야 할 것 같아요. 고생하셨어요.” 농담에 답할 여유는 없었고 감사 인사만 드렸다.


 데스크에서 유의사항이 적힌 종이와 처방전, 거즈 여유분과 냉찜질팩을 주었다. 친절한 말 한마디뿐만 아니라 서비스가 남달랐다. 내일은 소독으로 방문하기로 하여 19시에 여유 있게 예약을 했다. 왼쪽 사랑니 두 개를 발치하기 위해 한 번 더 감내할 생각에 다리가 풀릴 것 같았다. 아내를 만나서 약국에 들렸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유의사항을 잘 지키며 환자 찬스를 이용해 아내의 도움을 받았다.


 마취가 풀리면 아플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찍 잠을 청했다. 자다가 새벽녘에 긴장을 많이 해서 그런지 왼쪽 종아리가 팽창하는 느낌을 받았다. 쥐가 나서 뒤척이는 소리에 아내가 깨어나서 영문을 물었다. 상황을 알게 된 아내가 종아리를 마사지해주었고 이내 괜찮아졌다.


 어른도 치과는 무섭다. 왼쪽 사랑니 발치만 끝나면 스케일링 외엔 치과에 가지 않도록 관리를 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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