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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러브버그

사랑벌레라니

by 진이랑

길을 가는데, 정체 모를 벌레가 짝을 지어서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신문 기사를 찾아보니, 한국에는 22년 여름부터 나타났다고 하는데, 올해 유난히 많이 보입니다. 아마 집 앞의 공사 현장에 커다란 패널 벽에 붙어 있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그 벌레의 이름은 ”러브버그“(붉은 등우 단 털 파리)입니다. 주로 보는 모습이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짝짓기를 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인 것 같습니다. “사랑벌레”라니 보이는 모습과 달리 너무 예쁜 이름인 것 같습니다. 길을 가다가 혹시라도 몸에 붙을까 피해 다니고 있는데 말이죠.


기분 나쁜 벌레를 보고, 혹시 모를 전염병이나 해를 끼치는 건 아닌지 걱정되어 찾아보니 익충이긴 했습니다. 아열대 지역에 사는 벌레라는데, 폭염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출몰하는 모양입니다. 유충은 낙엽을 먹고살고, 성충은 꽃꿀이나 수액을 먹고 삽니다.

출처: 국민일보 24.6.25 최예슬 기자 기사


퇴근길에 “러브버그”를 방불케 하는 연인을 보았습니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쌍이었는데, 지하철의 에스컬레이터임에도 격한 키스를 하고 있었습니다. 남자의 손은 여자의 가슴 위에 올라가 있었습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 뭘 하는 건지, 주위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양입니다.


사람들이 많았지만, 누구도 말하지 못하고 에스컬레이터가 얼른 올라가고, 저들과의 공간에서 벗어나기만 기다렸습니다. 여자가 앞에선 채, 뒤돌아서 키스하던 터라 격한 움직임에 가방이 움직이면서 앞에 서 있던 사람을 친 모양입니다. 앞에 있던 사람이 한 마디 했습니다.

“저기요, 가방으로 그만 좀 쳐요. “

그 소리에 키스하던 연인도 정신을 차린 모양입니다. 여자도 아무 일 없었다는 앞으로 돌아서고, 남자도 손을 입을 쓱 닦습니다. 사과나 항변도 없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 속의 연인이라면 아름다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보통의 부부라면 공공장소에서 안 그럴 텐데 불륜인가 하고 색안경을 끼게 되었습니다. 물론 연애는 나이와 상관없이 하는 것이니 새로 시작하는 연인들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풋풋한 10, 20대의 키스였다면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연인들로 보고, 귀엽게 봤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50대 중반의 키스를 눈앞에서 보니, 불편했습니다. 하필 에스컬레이터라 앞만 보고 있는데,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장소를 가리지 않는 것이 정말 한 쌍의 “러브버그”가 생각났습니다. 사적인 공간에서의 “러브”를 응원하겠습니다. 사람이 되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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