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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게 어렵다

첫 필사

by 진이랑

21년 7월 28일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을 올리며, 399개의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25년 3월 21일 이후 거의 6개월 동안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사실 400번째 글은 조카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조카를 보고, 그 귀여움에 반해 글을 올리고, 조카의 귀여운 모습을 다른 분들도 함께 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조카의 사진도 올렸습니다.


여동생에게 메시지가 왔습니다. 가족들이나 지인이 보는 것은 좋지만, 요즘 세상이 흉흉하니 불특정 다수가 보는 곳에 사진을 지워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동생도 조심스럽게 보낸 것일 테고, 제가 사전에 동의를 받지 않고 올린 부분이라 사진을 삭제했습니다. 그런데 글만으로는 조카에 대한 저의 감동이 전달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글도 삭제했습니다. 조카의 얼굴을 ai로 변형할까도 했으나, 타협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이후에 글을 쓰는 게 어려워졌습니다. 제 글을 보면 아시겠지만, 창작이 아닌 살면서 느낀 생각을 옮기다 보니 누군가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회사 사람들이 볼까 봐 조심하고, 가족들이 볼까 봐 조심하다 보니 저장하고 올리진 못하고, 삭제를 하고 맙니다.


글을 쓰는 걸 좋아했는데, 스스로 제약하다 보니 여러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른 플랫폼에 저와의 연결고리를 끊고 쓰는 게 좋을까? 창작 소설을 쓰는 게 좋을까? 글을 쓰는 걸 멈추었는데, 왜 독서도 멈추게 된 걸까요? 삶이 고단하다는 핑계를 대고 싶지만, 시간을 흘려보낸 저의 문제입니다.


출근길에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찾아보았습니다. 김선영 작가님의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를 골라서 읽었습니다. 필사와 관련된 작가님의 생각을 적은 글이었고, 2019년부터 꾸준히 필사하여 1,400개의 글 중에 30개를 선별한 것이었습니다.

필사는 브런치 작가님들 중에도 하고 있는 분들이 있어 알고 있었지만, 실천으로 옮겨보진 않았는데 저에게도 좋은 습관이 될 것 같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책상 서랍에 곤히 자고 있던 회사에서 받은 24년도 다이어리를 꺼냈습니다. 왠지 작가의 상징 같은 만년필은 선영 작가님과 같은 만년필을 주문했습니다. 만년필은 아직 배송 전이라 우선은 집에 있던 볼펜으로 적었습니다.

요즘은 펜으로 글을 쓸 일이 별로 없다 보니 오랜만에 필기를 하였습니다. 글도 오랜만에 올렸습니다. 필사를 매일 하며, 짧은 글이라도 올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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