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일지(2)
참 좋은 세상입니다. 어제 주문한 만년필이 하루 만에 오니, 말입니다. 편리하게 온 만년필을 불편하게 써봅니다. 처음 쓰는 터라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헤맵니다. 글씨가 안 나오는 펜 촉을 보며,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봅니다.
다른 사람들은 만년필을 쉽게 쓰는지 설명서는 없습니다. 만년필을 돌려서 열고 꽉 닫히지 않게 잡아주는 만년필 심지(?)를 제거하고, 다시 닫아줍니다. 이번에는 파란색의 글씨가 써집니다. 분명 검은색을 주문했는데, 파란색이 써지는 것은 왜일까요? 함수에 잘못된 숫자가 들어간 것처럼 결괏값에 당황스럽습니다.
굵게 나온 글씨와 파란 글씨들이 당황의 흔적입니다. 당황을 뒤로하고, 예비 잉크인 검은 잉크로 교체했습니다. 왜 파란 잉크가 장착되어 있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입니다.
작가의 애환과 고충이 담겨있는 글을 적으며, 저의 만년필도 작가의 연필과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만년필은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필사로만 사용할 것입니다. 핸드폰으로 글을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적을 수 있는 이 시대에 불편하게 만년필과 노트와 필사를 옮길 수 있는 책이 없으면 적을 수 없는 필사를 합니다.
저의 쓰기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필사를 하며, 오늘의 글을 되새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