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일지(3)
얼마 전, 어린 시절을 친하게 지낸 K의 부고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피싱 같은 건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믿을 수 없었습니다.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죽음이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일까요? K는 자랑이라도 하듯 1년 전부터 결혼 D데이를 메신저에 표시해 놓고, 예비 아내와의 행복한 모습들을 올렸었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가장 행복할 시기였음에 틀림없었습니다. 죽음이란 단어는 결혼과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지만, 결혼 1주일을 앞두고 장례 부고라니 교통사고라도 당한 건가? 사인이 짐작도 되지 않았습니다.
K의 죽음에 숙연해지고, 그와 함께 보냈던 추억들이 떠올랐습니다. K는 이웃이었으며, 초등학교, 중학교의 한 살 터울의 후배였습니다. 또래가 몇 명 없는 시골에서는 1, 2살 터울은 형, 동생이었지만 친구와 같은 친밀함이 있었습니다. 함께 먹은 밥이 적지 않았으며, 서로의 가족들과도 알던 사이였습니다.
K의 죽음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듯, 그의 동창들이 화환을 준비했습니다. K는 어떻게 죽게 되었을까요?
그의 소식을 수소문했습니다. 그러던 중, 동생을 통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K가 자살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겁도 많고 여린 성격의 소유자였던 그가 자살이라니, 믿을 수 없는 일의 연속이었습니다.
소문을 통해 들은 K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SNS 상의 행복해 보였던 모습은 그가 살아가고 있는 삶을 모두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렸을 때처럼 그와 친하게 지냈다면 K의 힘든 이야기들을 들어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K의 죽음을 떠올리며, 인생무상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혹은 죽음이라는 것이 언제 올지 모르지만, 막연하게 먼 날의 미래였으면 합니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늘 낯설고 불편합니다. 그의 죽음에 대해 애도하는 글을 적었다가, 그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느끼고, 글을 지우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필사하는 문장을 되새기며, K를 회상해 봅니다.
P.S. 한 때는 친했던 K에게 애도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