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드 빠진 로맨스

볼꾸? 별다줄!!

by 진이랑

“이게 뭐야? “

아무 설명 없이 보낸 메시지에 아내가 답을 했습니다.

“밀리의 서재-내 서재-독서활동에서 취향테스트했어요. “

“그렇군요.”

“그렇다오. 주로 역사책을 추천하더라고요. 전 로맨스 소설을 더 좋아하는데.”

“아, 로맨스?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데 왜 무드가 없어. “

“전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하고, 당신만을 원하는대요.”

“그게 로맨스야? 장르만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아니라고 부정할 순 없습니다. 로맨스 영화나 소설 등은 즐겨보지만, 아내에게 편지를 쓰거나, 작은 선물을 한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질 않습니다.


매제가 여동생을 위해 이벤트를 하면, 여동생이 SNS에 올리곤 합니다. 남동생도 제수씨에게 이벤트를 한 사진을 메신저 배경화면으로 올렸습니다. 삼 남매 부부 중에 장남인 제가 가장 무드 없는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아내가 숏츠에서 “볼꾸” 영상을 보고, 볼펜 꾸미기 재료를 사러 동대문에 가자고 했습니다. 부평에서 동대문이라니 머나먼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부자재상가에 도착해서 재료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아기자기하고, 여러 가지 색감의 재료들이 다양하게 있었습니다.

선물할 것 포함 볼펜 7개를 사고, 파츠를 더 꽂을 수 있도록 연장심 3개를 샀습니다. 아내의 최애 색상인 보라색 위주로 파츠들을 보았습니다.

“이 것이 예뻐? 저 것이 예뻐?”

”음, 내가 보기엔 비슷한데. 이런 건 안 물어보기로 했잖아. “

사람들도 많고, 치이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아내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는 것에 들떠서 선택의 향연 중이었습니다.

“6층 카페에 있을게. 자기는 천천히 보고 와.”

“응”


아내도 곧 올라왔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올라왔습니다.

“평일에 다시 와야겠어. 사람이 점점 많아져. 천천히 보기가 어려워.”


점심시간도 지난 터라 식당에서 요기를 하며 사온 재료들을 보았습니다. 하나를 완성하더니 연장심을 3개만 사온 걸 아쉬워했습니다.

“연장심만 사는 게 아니라 추가적으로 더 살 지도 몰라. 다꾸는 재미가 없었는데, 볼꾸는 완전 내 취향이야.”

“그래 온 김에 천천히 봐. 오려면 마음먹고 와야 하니까.”


A동~C동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부자재상가는 5층에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로 가다가 에스컬레이터가 보여서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했더니 3층에서부터 계단으로 이어졌습니다. 4층에 도착하니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있었는데, 한 층 앞두고, 계단에 사람들의 줄이 쭈욱 이어져있었습니다.


“혹시 무슨 줄이에요?”

“A동이랑 B동으로 갈 수 있는 줄이에요.”

“감사합니다.”

의아해하며, 엘리베이터로 올라갔습니다. C동으로 올라갔는데, 연장심은 있는데 A동에서 산 것보다 짧았습니다. 처음 산 건 파츠 두 개를 더 꽂을 수 있었다면, C동에서 파는 건 한 개를 더 꽂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A동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A동으로 건너가려고 하니, 안전 요원이 길을 막았습니다.

“A동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제한하고 있습니다. 대각선으로 뒷 편의 계단에 줄을 서 주세요.”

연장심 4개만 살 생각으로 1층으로 가서 입장했던 A동 엘레베이터를 찾았습니다. 1층에서도 관리직원이 인원이 많다며, 제한했습니다.


저의 삶과는 전혀 관계없는 영역이라 몰랐는데, 볼꾸의 열풍이 대단한 모양입니다. 5층이 A동~C동까지 있는데 사람들이 이렇게 많으니 말입니다. 무드는 없어도 언제나 아내와 함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