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이 기억을 부른다
아내와 함께 드라마를 보다가 남자 주인공이 알츠하이머에 걸린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담담하게 연출했는데, 저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아내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저를 보며 의아해했습니다.
“남자는 세 번 운다며? 드라마를 보다가 운 것만 벌써 여러 번인 거 알아?”
“남자는 세 번만 울지. 세 번 플러스 알파? 지금은 알파의 영역이야.”
“이제 그냥 인정하는 건 어때? 눈물이 많은 남자라는 걸.”
“드라마 장면이 슬픈 것이 아니라, 할머니가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셨던 일이 생각나서 눈물이 난 거야. 할머니가 키워주셨는데, 치매 이후로는 모르는 척했던 일이 생각나니 미안해서.”
치매는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안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는 치매보다는 죽음이었습니다.
치매는 노인에게 오지만, 죽음은 어리다고 피해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죽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막연하게 오래 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물도, 높은 곳도 무서워하는지 모릅니다.
탄생에는 순서가 있지만, 죽음에는 순서가 없습니다. 막연하게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언젠가는 제게도 올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세상에서 나란 존재가 잊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세상을 살다가, 죽게 되면 세상에 미치던 미미한 영향력마저 사라진다는 것이 저의죽음에 대한 고찰입니다. 이제는 그런 죽음보다 더한 것이 치매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죽음이 언제 올지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치매가 남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직 부모님께서 정정한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드라마나 소설, 영화에서 흔히 다루는 기억상실, 치매에 대한 인물들의 상황을 간접 경험을 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합니다. 기억이 사라진다면.. 정말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CCTV영상을 백업하는 것처럼, 기억을 백업하는 상상을 했습니다. 행복한 기억은 백업을 하고, 슬픈 기억은 삭제를 하는 공상을 했습니다. 문득 슬픈 기억을 삭제를 할 순 없겠지만, 요즘 Ai가 발전해서 스크립트와 사진만 있으면, 영상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상의 기록과 사진이 있다면, 기억을 저장하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일, 돌, 결혼 등 중요한 이벤트는 영상으로 기록할 수 있지만, 살아가면서 스쳐 지나가는 일은 기록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글로 쓴다면, 기록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삶의 일부를 글로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