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 일지(5)

시엘이의 2차 접종

by 진이랑

시엘이도 여느 고양이와 달리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면 불안해합니다. 2차 접종 시기가 되어 공원을 지날 예정이라 목에 끈을 채웠습니다. 성묘가 되면 넥클리스를 채울 수 있겠지만 아직은 작아서 빠져나온다고 하여 목에 방울을 달아주었습니다.


추석 연휴라 쉴 줄 알았는데 다행히 영업을 한다고 하여 시엘이를 데리고 마실을 나갔습니다. 그 사이에 신뢰가 조금 더 쌓였는지 1차 때만큼 심하게 울진 않았습니다. 목줄도 하고 있어서 공원에서는 이동가방에서 꺼내어 품에 안고 옮겼습니다. 냄새도 풍경도 모든 것이 생소한 시엘이는 어깨에 매달리다시피 하고 온 발톱에 힘을 주었습니다.


동물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직원 분이 시엘이를 알아보시고 시엘이도 두 번째 방문이라 긴장이 풀린 듯 구석구석을 구경했습니다. 선생님의 호출에 시엘이를 안고 들어갑니다. 시엘이는 어느덧 1.5킬로가 되었습니다. 사람 나이로 10살~12살 정도라고 합니다. 귀에 진드기는 사라졌는데 아직 염증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발톱도 잔뜩 자라 간지러움을 못 참고 귀를 긁어서 염증제 처방을 받았습니다.


3차 접종이 마지막이고 한 달 후에 맞을 예정이라고 안내를 받았습니다. 3차를 맞으며 중성화 수술에 대해 일정 예약하면 된다고 합니다. 5~6개월 차가 되면 중성화 수술 최적기라고 합니다. 처음부터 중성화 수술을 할 생각이었는데도 기분이 묘합니다. 시엘의 귀여운 모습에 첫 새끼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2개월 차의 새끼를 데려왔는데 벌써 중성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성화를 하지 않으면 발정이 나서 힘들어할 테고 새끼를 낳는다고 해도 몇 마리는 어미보다 먼저 가는 일도 있을 거라

시엘이 생각을 해서라도 여러 생각을 단 칼에 자르고 처음 계획대로 3차를 맞고 중성화를 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경황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반려 수첩을 받았습니다. 시엘이에 대한 기록은 사진으로 남기고 있지만 수첩이 생기니 육아수첩을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주사를 맞히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힘든 일정을 잘 소화한 것이 기특해서 미리 준비한 간식을 주었습니다. 2차 접종은 몸에 잘 안 받는지 계속 잠만 잡니다. 눈이 띄게 활동이 줄었습니다. 가만히 있는 녀석이 안쓰러워서 쓰다듬었는데 시엘이가 짜증을 부립니다. 평소 짜증을 내지 않아서 걱정스레 살펴봅니다. 알고 보니 쓰다듬으면서 주사 맞은 부위를 건드린 것이었습니다. 2차 접종은 코로나 예방접종 맞고 기운 못 차리는 것처럼 맥을 못 추고 잠만 잡니다.


혼자 자는 것이 싫었는지 제 베개를 차지했습니다. 시엘이의 온기를 느끼면서 책을 보았습니다. 고양이와 햇살과 책은 좋은 힐링의 조합입니다. 자는 모습도 예쁘지만 아프지 말고 오래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전 07화집사 일지(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