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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Nov 09. 2021

아련한 추억, 조미

시작은 <황제의 딸>

 2004년 제대하고 친구 추천으로 <황제의 딸>이란 중국 드라마를 보았다. 당시 푹 빠져서 새벽까지 보다가 아버지께 혼난 기억이 있다.

 

 조미는 극 중 이름은 제비, 환주 공주 역할이었다. 제비는 길에서 우연히 황제인 아버지를 찾아  길을 나선 사가 출신 자미 공주를 만나게 된다. 자미 공주를 아버지인 황제를 만나게 해 주려고 사냥터에 뛰어드는데 사냥감인 줄 알고 쏜 화살에 사경을 잃게 되고 자미 공주의 소지품을 보고 황제의 딸로 오해받으며 생기는 해프닝이다.


 제비는 자유분방한 성격에 황궁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고를 치고 이를 돕는 오왕자와 자미 공주, 이강들은 해결하기 위해 애를 쓰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당시 쾌활하고 긍정적인 이미지의 제비에게 매료되었다.

 

 <조미 사랑>이라는 팬카페에 가입했었다. 나처럼 조미의 매력에 빠졌던 사람들이 있었고 또래들이 많았다. 중국어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있어 교류하며 중국어 공부를 하기도 했다. 조미는 가수로도 활동을 했었는데 [2007 아시아송 페스티벌]이라는 가요제에 출연진으로 내한이 예정되었다.


 팬카페에서도 정모를 하게 되었고 서울에서 모였는데 창원에서 살던 친구도 올라왔었다. 몇몇이 모여 미리 친목을 다지고 회비를 모아 현수막과 응원봉을 제작하기로 했다.

출연 가수의 팬카페에 일정 인원 신청이 가능하여 신청 인원을 조사해서 신청하였고 20명 정도 배정되었다.


 당일에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 모였는데 빨간 풍선의 향연이었다. 우리는 소수정예라며 티켓팅을 하고 중간쯤에 배정되었다. 무대를 육안으로 보기는 거의 어렵고 스크린으로 보았지만 다들 상기되어 있었다. 극성팬 중 하나인 L양은 공연이 끝나자마자 가수 대기실을 향해 뛰어들었는데 가드들에게 끌려 나오기도 했다.

 

 지방에서 온 사람들이 많아 뒤풀이 없이 헤어졌지만 카페에서는 한동안 [아송페] 이야기였다. 시간이 지나 <상하이의 밤>, <적벽대전>에도 출연하였지만, 소통할 수 없는 중국 배우였던 탓에 카페는 점차 소원해졌다. 결국 카페지기가 학업을 사유로 나에게 카페를 양도했다.


 당시 조미는 감독을 준비하고 있어 새로운 작품이나 앨범 활동이 차츰 뜸해졌다. 결국 카페에는 스팸성 글들만 올라왔고 점점 나도 돌보지 않았다. 얼마 전에 생각이 나서 확인하려고 했었지만 해당 계정도 오래되어 삭제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돌이켜 보면 좋아하는 연예인의 소식들을 중국어로 번역하고 작품들을 보면 열정적이었던 것 같다. 카페의 자료는 이제 증발했지만 부모님 댁의 창고에 조미의 현수막이랑 응원봉, CD와 브로마이드는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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