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서점에 들러 요즘에는 어떠한 책들이 유행을 타고 진열대에 오르나 살펴보곤 합니다. 지금은 투심이 다소 사그러든 측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경제/경영/산업 등을 망라하는 [투자]와 관련한 책들이 아직까지는 가장 주류를 이루고 있는듯 보였습니다. 그 중 눈에 띄는 책이어서 ‘나중에 읽어봐야지’하고 사진으로 이 책을 찍어뒀던 기억이 납니다. 경험적으로 알고있는 차트의 유혹, 그리고 그 무서움 대해 서술한 책이라니,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죠.
서점 진열대에서 처음 본 '차트의 유혹'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투자에 대한 어떠한 방법론이나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책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내가 투자를 함에 있어 왜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되었는가’를 심리학적 측면에서 분석하고, 또 어리석은 선택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본능에 대해 다룬 책이라 하겠습니다. 그렇기에 주식투자를 하고 계신 분들이 이 책을 읽게 되신다면 본인의 투자 행태에 대해 한번쯤 성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바둑으로 치자면, 지금껏 스스로의 투자행위에 대한 [복기]정도라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코로나 이후 수백만 명의 국민이 주식투자에 뛰어들었다는데, 지금까지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세상승장이던 2020년 3월에서 10월 사이에도 60%의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 하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고민 지점은 사실 비슷하죠, ‘왜 주식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느냐’는 것 말입니다. 본서는 인간의 어리석은 투자행태를 설명하기 위해 굉장히 다양한 심리학적 이론들과 사례들을 동원하고 있지만, 저는 그 중에서도 아래와 같은 원인들이 핵심이라 생각했습니다.
- 1. 실세계와 주식세계를 보는 눈은 다르다.
- 2. 주가는 예측 불가능한 창발현상이다.
- 3. 주가는 개인의 기대감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 4. 스마트폰으로 인한 편리함이 오히려 단기투자에 기인한 손실을 부른다.
- 5. 투자는 인간의 본능을 억제한 ‘훈련’이 필요한 영역이다.
저자는 “인간사회와 주식시장은 반대로 움직인다”고 강조합니다. 인간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터득한 법칙과 사고 체계가 주식시장에서는 오히려 성공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된다는 것이죠. 사회에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학습된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라 생각되는 행동들도, 주식시장에서는 오판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차가 막힐 때 제자리에서 기다리지 않고 차선을 바꾸는 행동은 사회에서는 효율적인 행동이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이러한 소위 ‘효율적인’ 행동은 급등주 추격을 부추긴다는 것이죠.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투자한 종목이 상승하지 않으면 더 빨리 수익을 내기 위해 다른 종목으로 갈아타곤 하지만, 옮겨 간 종목에서 오히려 손실을 더 많이 경험하게 되는 것처럼요. 즉 실제의 세계와 주식세계를 보는 눈은 달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진 출처 : 한국경제
또한 저자는 단기적으로 주가를 예측하려 드는 행위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말합니다. 주가의 흐름을 차트를 통해 ‘연속적’으로 보려는 행위 자체가 거대한 착시라는 것이죠. 사실 주가는 매 순간 벌어지는 이산적인 사건일 뿐 앞뒤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령 가파르게 상승하는 주가를 보면 계속해서 같은 방향으로 일관되게 움직일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생기곤 합니다. 이 때문에 개미들은 이른바 [세력]의 속임수에 걸리게 됩니다. 여기에서 세력이란 주가를 견인하는 주요 투자자들로 전문 투자자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도 될 수 있습니다. “주가의 창발적인 성질은 주가의 급락에서 잘 나타난다”는 저자의 말은, 경험적으로 경험하신 분들도 많을 거라 생각됩니다. 특히 단타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는 급등주의 경우에서 이를 쉽게 체감할 수 있죠. 지금은 급등주 매매를 하지 않지만, 한 때 잠시 매매했던 종목 하나의 차트를 보여드리는 것만으로도 개인의 기대감도, 주가에 대한 단기적 예상도 의미없다는 설명은 충분할 것 같습니다.
급등주의 널뛰는 주가는 예측할 수 없었다.
그리고 [스마트폰]에 대한 내용은, 잘 생각해보지 않았던 내용이었습니다. 차트를 보면 볼수록 충동적 매매의 유혹에 빠지기 쉽기 마련인데 언제나 소지하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주식매매가 가능하니, 거래빈도가 높아짐은 어쩌면 당연한 결론이라 하겠습니다. 저자는 스마트폰과 투자의 관계와 관련된 연구들을 살펴봤을 때, 충동매매와 단기투자가 크게 늘어난 데에는 끊임없이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현대인의 습관이 큰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가까이 두는 것만으로도 인지기능을 저하시킨다는 스마트폰, 주식매매를 할 때만이라도 스마트폰을 꺼두거나 최대한 눈에서 보이지 않는 먼 곳에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저자는 차트의 급등락은 인간의 감정을 증폭시키고, 결국에는 손실을 키우는 방향으로 유도한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만약 자신의 주식이 급락한다면 의식이 혼미해지면서 더이상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되며, 감정의 늪에 빠지면 손실은 순식간에 불어난다고도 말합니다. 결국 이를 방지하기 위해 투자와 관련한 개인의 행동과 심리를 성찰하고, 같은 실수를 방지하기 위한 [훈련]이 필요한 것이겠지요.
[차트의 유혹]은 투자와 관련한 다양한 심리학적 내용들을 풀어내며, 기계적으로 훈련되지 않은 개인의 투자는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 차근차근 설명해줍니다. 심리학과 관련된 설명과 사례들이 많이 기재되어 있어, 투자서라기보다는 심리학 교양서라고 보는 것이 어쩌면 더욱 적합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지금까지의 자신의 투자를 심리학적으로 한번쯤 복기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가볍게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