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해. 왜 꼭 평소엔 바로 하지도 않던 설거지를 외출 전엔 하고 나가야 할 것 같은지. 그렇게 예약시간이 다가올수록 내 안의 심지는 팽팽해져가고.
나 설거지하고 준비할 동안 애들 좀 챙겨줘.
일단 옷 입혀줘. 양치도 좀. 또 뭐있지 아 세수 좀. 저기 수건 가져와서 닦아줘. 로션도 발라주고.
육아에 있어선 매일 매시간 디폴트 되시는 그분에게
하나하나 코딩언어 입력하랴. 결과물 체크하랴. 설거지하랴. 애들 마실 보리차 끓이랴. 아침 먹고 똑 떨어진 밥 새로 지어두랴. 애들 입힐 옷 갖다주랴. 로션 던져주랴.
내 심지는 팽팽을 지나 투투툭 끊길 지경이 되어갔다.
남편은 나름 지시사항을 모두 수행했다. 양치 세수 로션 옷 입히고 .. (이제 나가면 되겠군) 하고 생각했는지 남편은 에어컨부터 껐다.
8월 6일. 밖에는 비가 왔다갔다한 흔적으로 습도가 90을 달렸고. 더위 잘타는 내 체감기온은 늘상 체온과 같은 36.5도 정도였고. 에어컨을 풀가동했지만 주방엔 냉기가 잘 안와 써큘레이터를 고정해야 더위를 좀 덜 느낄 정도였고. 설상가상. 나는 불 앞에서(보리차 끓이는중) 뜨신물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