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에 임하는 태도

내가 한 인사는 공평무사한가

by 구쓰범프

해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10월이면, 회사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자연의 바람만큼이나 '인사의 칼바람'을 걱정하게 된다.


이 시기 회의에서 안 좋은 소리라도 들은 날이면 밤잠을 설치기 일쑤고, 그 반대의 경우엔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간다. 이때 던지는 인사권자의 한마디는 평소보다 수십 배의 효과가 있을 정도다.


물론 한두 번의 평가만으로 인사가 결정되지는 않지만,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마지막에 운명이 바뀌는 경우도 드물지 않으니 인사 대상자라면 노심초사를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




한편, 인사를 앞둔 당사자의 초조함과 달리 이를 관전하는 사람들은 한없이 궁금하고 흥미진진한 게 인사다. 이때쯤이면 어김없이 돌아다니는 지라시는 그렇게 사람들의 관심 속에 만들어지고 유통된다. 맞는 내용도, 터무니없는 얘기도 섞여 있지만, 그 안에는 구성원들의 바람과 불만, 그리고 조직에 대한 속내가 녹아 있기도 하다.


사람들은 언제나 바르고 공정한 인사가 행해지기를 바라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누군가에게는 정의롭고 공정한 것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 반대로 여겨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게다가 능력보다 운이, 성과보다 관계로 자리를 차지하는 일이 벌어지기라도 하면 보는 이의 마음은 어지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인사의 끝은 언제나 논란의 중심이 되기 마련이다.




얼마 전 만난 A와 B는 연말에 어떤 인사 결과를 받아 들게 될지 걱정을 하고 있는 눈치였다. 연차가 쌓이면서 어느덧 '유임'과 '퇴임'의 갈림길이 가까워짐을 직감하는 듯했다. 젊은 시절부터 한 직장에서만 일해 온 사람들이기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지간히 잠을 설치게 될 게 눈에 선하다.


A와 B는 성실하고 성품이 곧은 사람들이다.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며 조직의 허리를 지탱해 왔지만, 윗사람의 눈에 쉽게 띄는 타입은 아니다. 그러니 어쩌다 회의 또는 행사에서 잠깐 스쳐가듯 보는 몇 단계 위의 인사권자가 그들의 진가를 알기란 쉽지가 않다.


직속 상사라도 나서서 어필을 해주면 좋겠지만 이런 수고를 자처하는 상사가 그리 흔한 것도 아니다. 결국 이들은 자신이 쌓아 온 전문성과 성실함으로 평가받길 바라지만, 관계가 지배하는 조직에선 이런 바람도 종종 빗나가고 만다.


C는 관계를 중요시하며 회사생활을 이어가는 전형적인 인물이다. 업무는 대부분 아랫사람에게 맡기고, 자신은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다지며 스스로를 드러내는 데 많은 시간을 쓴다. 저녁마다 이어지는 식사 자리는 그 범위가 꽤 넓어 '이런 사람까지 만나는 게 과연 일에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당연히 그가 만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업무 협력을 위한 대상이라기보다, 자신을 지켜 줄 뒷배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인 경우가 많다.


이처럼 조직에는 일을 통해 인정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관계로 버티는 사람도 있다. 물론 일도 잘하고 관계도 원만한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지만, 문제는 관계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실력 있는 사람들을 밀어낼 때 생긴다. 그 순간부터 조직의 공정성과 에너지는 조금씩 흐트러진다.


여기에 관계 형성의 과정에서 편 가르기까지 더해지면 문제는 더 커진다. 일과는 무관한 학연, 지연, 혹은 과거 함께 일했던 인연을 이유로 챙겨주거나 보이지 않는 특혜를 주는 등의 커넥션이 작동하게 되면 조직은 서서히 안에서부터 멍들기 시작한다.




조직에서 이루어지는 인사는 결코 완벽할 수 없다. 사람의 능력과 잠재력, 그리고 앞으로의 가능성까지 모두 꿰뚫어 본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아무리 공정하고 능력 중심의 인사를 지향한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는 인간의 편견이 스며들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마다 A와 B, 그리고 C를 바라보는 시선도 제각각이다. 그리고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C가 오히려 A나 B보다 회사생활을 오래 이어가는 경우도 드물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는 일과 위치에 따라 지향하는 바가 다른 데서 기인한 결과일 수도 있고, 조직문화가 영향을 미쳐서 일 수도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일로 승부하는 사람들이 내쳐지고, 관계에 신경 쓰는 사람들이 득세하는 와중에 조직정치가 활개를 치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쉽게 생각하고 대충 하는 인사는 사적 감정과 이익에 좌우될 여지가 많다. 그렇게 치우쳐진 인사는 리더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조직은 헛바퀴를 돌게 된다.


그래서 리더는 마지막 순간까지 한 사람도 허투루 보지 않겠다는 각오로 '공평무사'한 인사를 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그게 조직도 살리고 자신도 사는 길이다.


'인사가 만사'란 말이 달리 생긴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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