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야 멀리 간다

진짜 성공의 공식

by 구쓰범프

스포츠를 좋아한다.

특히 스포츠의 서사에서 감동과 깨달음을 얻는다. 기록과 순위만 놓고 보면 단순한 승패의 세계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사람의 시간과 선택이 겹겹이 쌓여 있다.


2026년 동계 올림픽에서도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생계를 위해 막노동을 하면서도 선수 생활을 포기하지 않고 출전을 거듭한 끝에 메달을 딴 37세 선수의 부부 이야기. 뼈가 세 군데나 부러졌음에도 도전하여 메달을 딴 18살 어린 선수의 스토리 등 승리 뒤에 이어지는 뒷얘기는 눈물과 감동 없이 볼 수 없다. 스토리는 대개 이긴 자의 역경과 후원자들의 미담이 주를 이룬다.


이런 가운데 어떤 선수는 이기고도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지나친 경쟁심 탓에 승리의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거나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 때문에 박수 대신 냉담한 시선을 받는다. 이런 장면을 접할 때마다 '승리'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경쟁은 직장에서도 벌어진다. 다만 같은 경쟁이지만 스포츠와 직장에서의 그것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스포츠는 규칙과 기록이 비교적 분명해 대체로 실력이 승부를 좌우한다. 반면 직장에서의 성공은 무조건 실력만으로 판가름이 나진 않는다.


사회생활의 성패는 생각보다 주변과의 관계와 운이 좌우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래서 스포츠만큼 성공이 액면 그대로 존중받지 못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A는 직장에서 성공한 인물이다. 그런데 은퇴 이후 후배들이 그와 만나기를 꺼린다고 한다. A는 스스로 불리하다고 여기는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무리를 서슴지 않았다. 성공에 과하게 집착하다 보니 분별력을 잃고 사람들을 몰아붙이는 데 주저함이 없었고, 그 과정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지금은 대놓고 외면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성공은 얻었지만 사람과 인심은 잃고 만 셈이다. 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 본인이 알지 모르겠지만 안타까운 사연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와서 돌이키기도 어려운 게 과거의 관계다.


물론 모두를 만족시키고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다. 각자가 가진 생각과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평가가 갈릴 수 있기에 균형을 잡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잃지 말아야 할 것은 인간성이 아닐까


인간성이란 사람으로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생각이나 행동의 경계를 스스로 지키는 태도, 그리고 타인의 존재를 존중하는 마음이다.


경제학에 과점체제란 것이 있다. 한 기업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기업이 경쟁하는 구조다. 언뜻 생각하면 모든 것을 혼자 차지하는 독점이 가장 강력해 보이지만, 실상은 과점 구조가 더 안정적이고 오래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독점은 강력해 보이지만 경쟁자가 사라지는 순간 긴장감도 함께 사라진다. 혁신의 동기가 줄어들고, 소비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 불만이 쌓이고,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며, 새로운 기술이나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역사적으로 많은 독점 기업들이 시장 변화나 기술 혁신 앞에서 순식간에 몰락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과점 시장에서는 서로 견제하면서도 공존한다. 경쟁하지만 완전히 무너뜨리지는 않는다. 상대의 존재가 시장 전체를 유지하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한 기업이 너무 독주하면 다른 기업들이 연합하여 견제하고, 한 기업이 약해지면 시장 전체가 재편된다. 이런 역동적 균형 속에서 기업들은 끊임없이 혁신하고 발전하며, 시장은 장기적으로 안정성을 유지한다.


이는 개인의 성공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혼자 모든 것을 독점하려는 사람은 일시적으로 성공할 수 있지만 주변의 지지를 잃고 고립된다. 반면 주변 동료들과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는 사람은 서로를 발전시키며 함께 오래 성장한다.


쇼트트랙에 최민정이라는 선수가 있다. 이번 대회에서 메달 두 개를 더해 지금까지 동/하계 올림픽을 통틀어 딴 메달 수가 우리나라 선수 중 가장 많은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이 대단한 선수의 인터뷰에서 그녀가 가장 여러 차례 반복한 것이 "주변의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대기록을 세운 선수의 말로 너무 평범하고 상투적으로 들릴 수도 있었겠지만 내겐 각별함이 느껴졌다. 메달 수에서만 최고가 아니라 주변을 둘러보는 마음에서도 최고의 선수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벼는 익을수록 머리를 숙인다는 말이 있듯이 성공의 길을 가고 있을수록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모든 게 스스로 이룬 것 같지만 개인의 힘만으로 이루어지는 결과가 사회에서는 그리 많지 않다. 나를 도와준 사람들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아무리 많고 대단한 성공을 거둔 들 남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받지 못하거나, 오히려 손가락질의 대상이 된다면 그 성공이 얼마나 허망한가.

얻는 것만 신경 쓰기 전에 잃는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지 않으면, 항상 우리는 잘못된 길로 갈 개연성을 열어 놓게 된다.


진정한 성공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주변과 함께 가라.


혼자서도 갈 수 있지만

함께 가야 더 멀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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