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가야~
이 한 달 동안, 너는 엄마보다 더 힘들겠구나.
그날, 차가운 세상에 처음 나온 너는
10개월 동안 듣던 포근한 심장 소리도,
나를 감싸던 따뜻한 양수도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걸 느꼈겠지.
항상 함께했던 작은 친구,
탯줄마저 더 이상 손에 닿지 않아서
얼마나 막막하고 불안했을까.
너는 아직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서,
배가 고픈 것도,
어딘가 아픈 것도,
낯선 세상이 두려운 것도
그저 울음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지.
하지만 엄마는 그 울음의 뜻을
단번에 알아채지 못할 때가 많았어.
미안해, 아가야.
그렇지만 엄마는 알아.
작은 너를 가슴에 꼭 안아주면
익숙한 심장 소리가 다시 들려서인지,
엄마의 체온이 전해져서인지,
그제야 네가 조금씩 편안해진다는 걸.
혼자서는 잠드는 것도 힘든 너는
너무 졸린데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몸을 뒤척이고 칭얼대다
결국 엄마 품에서 겨우겨우 잠들곤 하지.
그런데 그렇게 깊이 잠든 너를
엄마가 조심스레 내려놓으면
딱딱하고 차가운 침대가 낯설어
다시 눈물로 가득 차는 네 얼굴을 볼 때마다
엄마는 마음이 미어진다.
네게 세상은 아직 너무나도 낯설어.
눈앞이 뿌옇고,
손발도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스스로 젖을 찾아 물 수도 없었겠지.
그래서 작은 입을 떼어놓고
고개를 흔들며 엄마가 넣어주길 기다리고,
간신히 물어도 젖을 빠는 일이
너에겐 온 힘을 다해야 하는 일이어서
숨이 차고, 얼굴이 붉어지고,
조금만 잘못하면 토해버리기도 할 거야.
게다가 자라는 것도 쉽지 않아서
뼈가 늘어나며 쑤시고,
배는 더부룩하고 아파서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고,
눈물로 하루를 채우는 날들도 많겠지.
작은 몸에 보호막이 사라지면서
조금만 덥거나 습해도 피부가 짓무르고,
기저귀가 젖은 채로 바꿔주길 기다려야 하고,
세상이 주는 모든 불편함을
그저 묵묵히 견뎌야만 했던 너.
생후 한 달이 엄마에게는 길고도 힘든 시간이지만,
사실 너에게는 더 힘든 시간이라는 걸
엄마는 이제야 조금씩 깨닫고 있어.
너는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어.
엄마가 입혀주는 옷을 입고,
엄마가 눕히는 곳에서 자고,
엄마가 주는 걸 먹으며
그저 엄마를 믿고 의지하는 것밖에 할 수 없지.
목욕할 때,
작은 손으로 허공을 휘젓으며
뭔가를 잡으려 애쓰는 너를 보면서
엄마는 생각했어.
아, 우리 아가가 지금 얼마나 무서울까.
엄마는 네가 너무너무 소중하고,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사랑하지만
그래도 늘 미안한 마음이 들어.
조금만 더 네 마음을 잘 알아주고 싶고,
조금만 더 네 곁에서
따뜻한 엄마가 되어주고 싶어.
아가야,
엄마와 함께하는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덜 낯설고,
덜 힘들고,
더 따뜻한 곳이 되기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