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원의 철학 수업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니체, 《우상의 황혼》 중에서.
난 이 말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혹은 트라우마에는 적용되지 않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역시 치료와 의미의 재해석이 따라온다면 적용되는 말이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시련과 고통 뒤에는 성장이 따라온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누구는 그 고통을 성장으로 이끄는 반면, 누구는 그 고생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 둘의 차이가 뭐길래, 이렇게 극단적으로 나뉘는 것일까? 난 그 해답을 '의미부여'에 있다고 결론지었다.
사람은 누구나 과거의 생각하기도 싫은 기억•고통을 하나쯤은 갖고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기억은 의식적으로 꺼내지 않으면, 무의식으로 가라앉아 나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다.
과거의 부정적 기억을 의식적으로 수면 위로 꺼내서 바라보고, 거기서 의미를 찾아내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성장이 따라온다. 내가 심리상담을 통해 겪었기 때문에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불편한 기억은 불편한 감정과 같이 올라온다. 그래서 그 기억을 꺼내보는 과정은 무척이나 괴롭고, 화나고, 속상하다. 그래서 다들 이를 입 밖으로 꺼내기 싫어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억을 공감•지지•응원하는 자와 함께 나누고, 그 과정이 여러 번, 그리고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거기서 의미의 재해석 과정을 거치며 성장하게 된다. 이걸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 PTG)'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