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VC 자금은 대형 펀드로 몰릴까
최근 실리콘밸리 VC 시장에서는 자금이 소수의 대형 펀드로 집중되는 현상이 더욱 심화.
a16z는 올초 5개의 신규 펀드를 통해 약 150억 달러를 조달. 이는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진행된 가장 큰 VC 펀드레이징 중 하나로, 미국 VC 시장 전체 자금의 약 18%에 해당하는 규모. (관련 기사)
같은 시기 시장 전반에서는 VC 펀드 결성이 크게 둔화되어 2025년 미국 VC 신규 펀드 규모가 201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대형 VC들은 여전히 막대한 자금을 모으고 있는 것. (관련 기사)
이처럼 시장이 어려울수록 LP 자금이 소수의 검증된 VC로 더욱 집중되는 경향이 있으나 최근 공개된 데이터는 신생 VC의 첫 번째 펀드(Fund I)가 모든 구간에서 가장 성과가 좋다는 역설적 결과를 보여줌. 그 데이터를 뜯어보고자 함.
캐나다 RBC(캐나다 왕립은행) 계열의 금융 서비스기업인 RBCx가 2000~2020년 북미 VC 펀드 1,057개를 분석한 결과,
Fund I이 중앙값(Median)·상위 25%(Top Quartile)·상위 10%(Top Decile) 등 모든 구간에서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
반대로 펀드 사이즈가 커질수록 성과는 점차 떨어지는 경향이 확인됨
이 현상을 'Fund I Paradox' 즉, '신생펀드의 역설'이라고 부름.
아래 그래프는 VC 펀드의 결성 순서(Fund I부터 Fund V까지)에 따라 성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줌. 가로축은 펀드 결성 시기별 순서, 세로축은 TVPI(투자금 대비 전체 가치 배수)를 의미. 보라색 박스는 펀드 성과의 중간 50% 범위, 흰 점은 중앙값, 보라색 점은 상위 10%, 회색 막대는 상위 5% 성과를 나타냄.
흥미로운 점은 거의 모든 구간에서 첫 번째 펀드(Fund I)의 성과가 가장 높게 나타난다는 것. 예를 들어 상위 5% 기준 TVPI는 Fund I이 약 6.4배로 가장 높고, 이후 Fund II에서 Fund V로 갈수록 점차 낮아지는 패턴이 보임. 이는 VC에서 첫 번째 펀드가 이후 펀드보다 더 높은 성과를 기록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보여줌.
1️⃣ 펀드 규모 효과
Fund I → 기준
Fund II → 약 2배
Fund III/IV → 약 3배
Fund V → 약 4배
로 펀드가 커질수록
동일한 엑시트에서도 펀드 배수(MOIC)가 희석됨
따라서, 큰 엑시트를 더 많이 필요로 하게 됨.
2️⃣ 지분 관리 전략(ownership discipline)
신생 VC는
초기 투자 지분을 더 크게 확보하려 하고
희석 관리에 더 적극적인 편
→ 오너십 유지 전략이 더 강하게 작동.
3️⃣ 인센티브 구조
신생 VC는 carry가 사실상 유일한 경제적 보상인 반면 대형 VC는 AUM이 커지면 관리보수 자체가 안정적 수익원이 됨
→ 성과 압박의 강도가 다름.
4️⃣ 비컨센서스 투자 가능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신생 VC는
브랜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고
비컨센서스 베팅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음.
물론 Fund I 투자에는 분명한 리스크도 존재. 신생 VC는 높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지만 동시에 성과 분산(dispersion)이 훨씬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는 리서치도 존재.
일부 펀드는 뛰어난 성과를 기록하지만, 상당수는 다음 펀드를 결성하지 못할 만큼 성과가 부진하기도 함.
피치북 분석에 따르면
2019~2021년에 Fund I을 결성한 247개 VC는
두 번째 펀드(Fund II)를 만들지 못할 것으로 추정
위 그래프에 나타난 것처럼 Fund I → Fund II로 이어지는 비율이 과거 60% 수준에서 최근 약 13% 수준으로 급격히 하락.
피치북의 조사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Fund I의 약 63%만 Fund II를 결성
최근 2019~2021년 cohort에서는 43% 수준까지 하락
이러한 높은 변동성 때문에 많은 LP들은 여전히 검증된 대형 VC에 자금을 배분하는 전략을 선호. 결국 데이터는 Fund I의 높은 성과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실제 자금은 안전한 기존 VC로 몰리는 구조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바로 '신생펀드의 역설'인 셈.
데이터는 첫 번째 펀드(Fund I)가 가장 높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수치로 보여주고 있지만, 실제 자금은 오히려 검증된 대형 VC로 더 강하게 집중되는 것이 현실.
이는 LP들이 이같은 데이터를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성과의 평균보다 변동성을 관리해야 하는 자본의 성격 때문이라고 해석해야 할 듯. 신생펀드는 높은 업사이드를 제공할 확률이 높지만 동시에 높은 변동성을 동반하기 때문.
어쩌면 '신생펀드의 역설'은 'LP 의사결정의 역설'이라고 재해석해도 되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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