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세 거장 황석영의 AI사용법

신작 '할매'는 어떻게 인공지능과 협업을 하였나

by Sasirim

83세의 거장 황석영 작가의 최근 인터뷰를 보았다. 그는 인공지능을 ‘조수’로 활용했다고 한다. 그의 인공지능 활용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가며 이제는 더 이상 거부할 수 없어진 AI와의 조업을 어떻게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 가야 하는지를 한번 생각해 보자.


그는 인공지능과 ‘대화’하며 글을 썼다고 한다. 하이데거나 불교의 시간관에 대해 질답을 이어가며, 그곳에서 나오는 날카로운 정수精髓들의 총합을 자신의 글로 옮긴 셈이다. 이를 위해서 그는 작가의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작가 스스로 기본 컨텐츠와 구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경험과 그에 대한 치열한 사고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냥 인공지능에게 툭 던지듯, 네가 한번 해봐, 라는 식의 접근으로는 안 된다. 그는 이번 [할매]라는 작품에서 그가 가지고 있는 불교에 대한 핵심 철학, 즉 연기緣起와 윤회의 사상을 녹여 내었다. 그는 인류가 지구라는 행성을 그저 지나가는 존재로 인식하고, 600년된 ‘팽나무’라는 주인공을 설정하여 자신의 생각을 풀어낸 것이다. 현대를 이해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근대’라는 통찰을, 동학 운동에 대한 자세한 서사를 풀어내는 과정으로 구체화함으로써, AI라는 도구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작가만의 치밀하고도 깊은 사유의 저력을 증명한 셈이기도 하다.


그는 AI의 결과물은 ‘매끈하다’고 하며, 오히려 인간의 서투름과 투박함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 질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문장과 문장 사이의 여백이야말로, 인공지능이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한다.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이자면, 인공지능의 글은 필연적인 임베딩 값이 존재한다. 아무리 정교하게 프롬프트를 짠들, 통계라는 매끄러운 곡선을 따라 굴러가는 공의 값은 정해져 있고, 그 과정에서 인간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비논리적인 도약, 혹은 행간의 팽팽한 긴장감은 거세되어져 버린다.


AI를 도구로서 부리는 것은 프롬프팅 기술도 중요하지만, 사용자의 통찰과 사유 없이는 그저 확률을 뱉어내는 깡통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요즘 난데없이 철학과가 다시 인기가 있어지는 사회현상을 곰곰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인터뷰가 아닐까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__GYRUjEYX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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