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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 Nov 15. 2024

이혼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이혼하지 않기로 했다 2

지옥같다는 말이 우스울만큼 더 깊고 어두운 내리막길을 지난 지 어느덧 4개월이 흘렀다. 그 일이 있고 협의이혼서를 작성했다. 유예 기간을 지나 지방법원에서 의사확인신청서까지 받아 제출만 남았다. 


그로부터 또다시.. 두 달이 지났다. 


그 동안 많은 고민과 번복이 있었다. 이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나는 매일 그 갈림길에서 흔들렸다. 49대 51의 확률로, 마음이 왔다 갔다 했다. 때로는 이혼이 맞는 길인 듯 생각했고, 때로는 살면서 한번쯤은 닥칠 일을 미리 겪는거라 여겼다

내 마음이 요동칠 때면 어김없이 눈물로 밤을 지새웠고, 그 눈물은 날카로운 말이 되어 그를 수백번 찔렀다. 


이혼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다보면 헤어짐에 한걸음 가까워졌다. '헤어져도 잘 살 수 있어. 이혼이 그렇게 큰 일이 아니야. 새로운 삶이 펼쳐질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위안을 삼았다. 그러나, 그런 날이면 마음이 더 답답했다. 그리고 더 슬퍼졌다. 

마음 속 깊은 곳을 헤집고 또 헤집어 보면 내 진심은 여전히 헤어지기 싫다라는 마음에 머물러 있었다.


이혼 후의 삶이 두려워서일까. 아니면 결혼에 실패했다는 패배감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일까. 

그저, 이 일에도 연을 놓고 싶지 않다는 내 의지 때문이다.


그는 내게 큰 잘못을 했고,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실수일 뿐이라 치부하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그의 손을 놓고 싶지 않나보다.


처음 그를 선택했던 나의 마음, 가족을 이루기로 약속했던 그 날의 다짐, 살다가 한번쯤 이런 시련이 닥친다면 눈감아주자 라고 혼자 속깊이 되뇌었던 결심. 그걸 지키고 싶다는 마음, 그 뿐이다. 


내가 내린 선택이 옳은지 그른지, 후회할지 않을지 모른다. 다만 앞으로는 내가 감내해야할 과정과 내 자신이 극복해야할 시간들이 남아있다. 조금씩 받아들이며 치유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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