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지 않기로 했다 1
이혼을 해야하는 명확한 '그 사실'에 맞닥뜨렸을 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혼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첫날은 혼인무효소송에 대해 알아봤고,
둘째 날은 최대 받을 수 있는 위자료는 얼마일지, 그에게서 어떻게 손해를 보상 받을지 고민했으며,
셋째 날은 미리 꾸려놓은 신혼집 안의 짐을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생각했다.
그리고 넷째 날부터는 내 앞에 닥친 이 상황이 그냥.. 믿겨지지 않았다.
'어떻게 나한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왜 하필 나지?'
상대에 대한 미운 감정도 아니고, 배신감도 아닌, 이건 사고 같았다. 마치 교통사고나 날벼락과 같은.
그 후부터 나는 매일 이혼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고 있었고, 10일째부터는... '용서'라는 검색어가 추가되었다.
"배우자의 유책, 용서해보신 분 계신가요?"
위와 같은 제목의 글의 반응은 대부분은 2가지로 나뉜다.
그걸 왜 참고 사세요? 애 없으면 얼른 헤어지세요.
굳이 왜 남한테 물어보세요? 결국 본인 의견대로 하는겁니다.
나도 안다. 알면서도 답답한 마음에 글도 찾아보고, 나랑 같은 처지의 사람들의 상황을 읽어보기도 했다.
생각보다 용서했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힘든 와중에 당당하게 이혼을 해낸 사람들의 글은 많았지만, 꾸역 꾸역 버텨내며 관계를 이어간 사람들의 성공기(?)는 찾기가 힘들었다.
자꾸 용서할 만한 구실을 찾는 내가, 아무렇지 않게 덮고 살아가버리고 싶은 내가 참 바보 같고 멍청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았다. 잘못을 한건 내가 아닌데 왜 용서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고통스러워야하나 억울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부부라는 관계를 맺은 이상 같이 살아야할 이유가 있지 않을까? 언젠가 한번정도는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면 조금 빨리 발생했다 생각하고 넘어가야할까? 차라리 애가 있었더라면.. 내가 참고 살 수 있었을까? 가정에 가정을 거듭하는 내 자신을 보며 사실 용서해주고 싶은게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닿게 되었다.
'차라리'와 '~했더라면' 이 두개의 말을 엮은 모든 후회와 가정과 감정들로 엮어진 지난 시간들이 지났다. 이제는 결심을 해야할 때임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