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탓

외로움,

by 윤이연

일이 끝나고 집으로 곧장 가고 싶지 않다.

10월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여러 날들 중, 오늘이 가장 햇살이 좋아서였는지, 그냥 들어가긴 아쉬웠다.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남편이랑 커피를 마시고 있단다.

아이 보고 나오라고 했더니, 이따가 친구랑 약속이 있다고 했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려 했더니, 그건 좀 아니다 싶다.

근방 산책로를 걷다가 도서관으로 향했다.

새로 나온 책들도 좀 살펴보고, 책 한 권 고르고 읽다가, 다시 누구에게 전화를 해볼까 고민하다 관뒀다.


외로움,

공허해진 내 마음을 달래려고 사람들을 만나고 싶진 않다.

지난날, 내 마음이 힘들 때 이야기했던 일들은 결국엔 나에게 약점이 되어 돌아왔다.

사람들은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입방아에 오르락내리락거렸다. 끊긴 인연을 다시 붙일 생각도 없는데, 가까운 지인들마저 그가 다시 돌아왔을 때 내가 어떻게 할 건지, 당장 5분 뒤에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앞날임에도, 나의 반응을 살폈다.

굉장히 무례한 일이다.


내 삶의 큰 변화가 있었던 그 일 이후에도, 거짓이 진실을 이겨 권고사직을 당했던 그 일이 있고 난 후에도 나는 일과 관련되었던 대부분의 사람들과 거리를 두었다.

내가 정말 걱정이 되어 연락온 몇 분들과의 소통 외엔 단순하게 살았다.


난 가끔 외롭고 힘들고, 원망스러운 날들이 많은데, 내 감정과는 반대로 웃고 아무렇지 않은 척도 잘한다.

아이 심리상담을 받다 보면, 나를 걱정해 주시는 선생님들이 계신다.


'선생님, 사실 저도 제가 걱정돼요.

그렇지만, 저 괜찮아요. 운동도 하고, 노래도 듣고, 일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왜 화가 나는지, 왜 짜증이 나는지, 마음을 잘 들여다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서울 나들이도 시간이 날 때마다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혼자 있기 싫어서 사람들 만나려고 하지만, 또 만남 이후에 찾아오는 공허함이 더 커서, 요즘은 혼자 있는 시간이 더 좋아요.

이른 여름날, 혼자서 덕수궁 가서 벤치에 앉아 늦은 시간까지 책 읽고, 불 밝혀진 그곳을 바라봤던 때가, 가장 제 맘이 편해졌던 것 같아요. 조만간 또 가보려고요.


저 괜찮아요.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고 있어요.

지금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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